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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은 그 술집에서 천천히 해나갈 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복수.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자신을 가둬버린 그 놈들에 대한 복수.

하지만 어떻게?

아내의 환영이 보이는 것이 복수의 원인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 진상을 확인하고 복수한단 말인가.

조금씩 냉정해져가면서 아내의 환영도 차차 희미하게 변해갔다.

잘 벼려진 칼같은 그의 인상은 더 단호해지고 차가워졌다.

그는 바깥에 자주 나갈 수는 없었지만 체력을 단련하면서 더 단단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수를 위해서는 복수에 대한 감정을 버려야 한다는 걸 그는 깨달은 것이다.

 

한변호사를 불러줄까?”

 

술집 주인은 아무 대가도 없이 그에게 방을 빌려주고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길준이 그와 노인의 관계를 캐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되어 있어.”

 

길준은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사태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지금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바로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사태의 진상을 듣는다고 해도 어머니가 사실을 믿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병률은 그 점을 이용해서 그를 다시 가둬버릴 것이다.

 

상속을 받겠다고?”

 

생각에 생각을 한 끝에 한 변호사를 불렀다. 형사 시절에 몇 번 스쳐지나갔던 인연이었다.

그때는 빈민들을 변호하는 한 변호사를 마음으로는 이해했지만 겉으로는 화합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

 

그래, 그럼...”

 

노숙자들의 명의가 필요해요.”

 

?”

 

술집 주인이 내놓은 구정물같은 커피를 마시던 한 변호사가 갑작스런 말에 콜록거렸다.

 

진심인가?”

 

진심입니다. 저는 그 재산을 다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재산을 갖고 등기를 하면 그 냄새를 맡고 그 놈이 다시 올테니까요. 다만 명의만 빌려주는 겁니다. 한변호사님이 믿고 맡길만한 사람들에게요.”

 

물론 길준은 병률이 의외로 재산을 지긋지긋해하는 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경찰자리를 그만 둔 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노인의 뜻대로, 병룰과는 관계없이 노인의 아들들이 냄새를 맡고 날카롭게 그의 소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병률은 그리고 형의 소개에 따라서 지금까지 그가 하수인으로 일해온 모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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