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총성이 울린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 뒷골목에 숨었다.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지는 죽지 않았다. 그가 총을 꺼내들자마자 납작 엎드려서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아마 신고를 한 일반인 외에도 거지도 경찰에 알릴 것이다.

그러기 전에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떨고 있었다.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항상 쫓기만 하던 그가 쫓기다니. 이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요양원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어머니가 권해서 들어간 것이었지. 노인과 엮이면서 그 요양원이 모두 음모의 일부분일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섣부르게 접근하지 말게. 진상을 알려주고 싶지만 자네가 입은 충격이 너무 커.]

 

알고 싶지도 않았다.도대체 아내의 환영을 보고서 노인이 알려줄 진상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아내는 여전히 아름답고 슬펐다.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그의 진심은...

 

[어차피 자네가 접근하면 할수록 잘 알게 될 거야. 우선은...]

 

그렇게 떨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잡혔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자네가 바로 길준이라는 친군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아내의 환영은 잠시지만 사라지고 없었다.

그 친구 좀 시끄럽군.”

 

허름한 옷을 걸친 사나이는 그 말을 하고는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섣부르게 총을 쏘면 어떡하나.”

 

“.........”

 

그리고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으로 그의 배를 쳤다. 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직 [상속]도 못 받았는데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나. 이 친구야. 쯔쯔.”

 

노인은 그의 앞으로 [상속]했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배를 친 사나이도 그걸 알 수가 없었다.

노인은 억대의 재산가였고, 인감을 위조하여 허위로 상속된 재산 외에도 다른 재산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권총을 발사함으로써 받을 수 있었던 [재산 상속]분을 날릴 뻔 한 것이었다.

-----------------------------------------------------------------------------그는 주먹을 맞은 지 30분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그가 깨어난 곳은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허름하기 짝이 없는 술집이었다. 허름한 술집은 많고 많을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너무 허름해서 눈에 띄기 마련이었는데, 그는 한번도 이런 집을 알지 못했다.

그의 구역중의 한 군데인 곳인데도 그는 순찰을 돌면서 한번도 이곳을 알지 못했다.

 

깨어났나? 이 겁많은 친구야.”

 

그의 배를 친 사나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얼핏 봐서는 나이를 알아보기 힘든 인상이었다.

나이를 보여주는 목의 주름도 별로 없었지만 얼굴에는 자글자글한 잔주름이 져 있었다.

 

!”

 

어느샌가 그의 입에는 청테이프가 발라져 있었다.

 

큰소리를 안 지른다면 그거 풀어주지. 우선 뭐 좀 먹어야겠지?”

 

읍읍!”

 

그는 이 사람을 자신의 편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고 믿었던 병률은 아내를 살해하고 그를 그 요양원으로 밀어넣었다. 노인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그곳에 갇혀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노인도 믿지 못했다. 복수를 대신 해달라는 그 뜻도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시작하면 알게 될 것이라는 그 말뜻을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풀어주지 뭐.”

 

사나이는 식칼을 들고는 이내 그의 몸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청테이프까지 아프지 않게 떼어주었다.

 

그 친구 깨어났나?”

 

날카롭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얼른 해치워버리자구. 영감이 말한대로 되었으니까.”

 

그는 청테이프를 뗀 입으로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상실감이 먼저 들었다. 아내의 환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의 소유자는 달걀같은 두상에 짧은 머리를 하고, 볼품없는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였다. 그는 그 사람만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는...

 

, 유언을 읽겠습니다. 본인 노영생은 본인이 죽은 이후, 그가 지정한 성경책을 준 인물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 .”

 

명쾌한 목소리로 그 유언장을 읽은 또 다른 사나이에게 그가 억지로 입을 떼어서 말했다.

 

지금 무슨 장난하는 겁니까? 한변호사님? ...노영생이라는 사람을 모릅니다.”

날 아네? 이 친구? 뭐 어쨌든 좋아. 내 일은 이걸로 끝이니까 난 가네. 혹시나 이후에 재산상속건이나 그밖의 다른 건이 있으면 불러주게. 고인은 나한테도 자네를 도와줄 것을 의뢰했으니까.”

 

“......”

 

아내의 환영이 그들을 공허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지만 아내가 웃었다.

 

이제 시작하게나. 자네가 할 일이 이제 시작된 거니까. 원하는 걸 하게.”

 

한변호사는 그렇게 말한 후 몸을 돌려 술집을 나갔다. 그는 멍한 눈으로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에게 말했다.

 

뭐든지 말하게. 친구. 난 자네 일을 도와주기로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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