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감이 죽었나?”

 

무심한 표정으로 가족들 중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말했다.

 

결국.”

 

병률의 짧은 말에 다들 피식 웃었다.

 

뒈졌지. 기분 더럽더군. 하필이면 아내가 깨끗하게 다려준 옷에 피를 튀기다니.”

 

.”

 

가족들 중 가장 어린 여자애가 약간은 찝찝한 기분이 드는 듯 대꾸했다.

 

그래도 말은 조심해줘. 오빠. 그래도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잖아.”

 

..?”

 

8명의 형제들 중 그래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남자가 대꾸했다.

 

싸지르고 책임도 안 진 그 작자를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어? 더더군다나 우리도 마찬가지. 서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냥 모인 이 모임을 오빠, 동생이라고 부를 수 있나?더더군다나 가족이라고 부를 수는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네 감상적인 기분은 이해하지만 날 거기에 끌어들이진 말아라.”

 

그의 직업을 아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초기에는 그저 그런 물품을 파는 잡상인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부를 쌓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서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가족들 중 몇몇이 불평하는 것처럼 노인네의 재산을 몰래 독점해서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병률은 알고 있었다. 그는 높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바치고 있었다.

물론 그도 그 단계에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무엇으로 돈을 벌건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를 형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다만 병률도 그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기에 그랬다.

명예를 얻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그 관계와 행동을 통해서 아버지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

그 지긋지긋한 노인네가 족쇄였던 것이다.

 

지윤이는 또 안 왔나?”

 

맏형의 말에 그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 놈은 안 온다니까. 그래도 지 생각엔 지 아비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신부짓도 못할 짓일텐데. 그런 하등종자의 자식이 고해성사실을 차려놓다니.

여전히 길함동에 있나?“

 

...그럴 거야. 아마도.”

 

나이 어린 여동생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병률아. 갈 곳은 딱 정해져 있는 것 같다만.”

 

그말에 병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시금 알려줘서 고마워.”

 

냉소를 머금은 그 얼굴은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던 모습과도 전혀 닮지 않았다.

 

그 녀석은 거짓말은 못 하지. 더 싹이 크기 전에 잘라버려야겠어.”

 

다른 가족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면서 병률과 졸부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다른 화제에 빠져 있는 동안 형제들은 장례를 누가 주관할 것인가를 두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건 마치 쓰레기가 있는데 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과 같았다. 쓰레기는 결국은 치워야 한다. 하지만 치우는 과정은 불결하고 괴롭다. 바로 형제들의 고민거리가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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