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평야의 소녀.

귀걸이가 달랑달랑거리고, 웃음을 매단채 술달린 옷을 나풀거리네.

아버지 태양을 향해 손을 내밀고

어머니 달을 향해 뛰어오른다.

술달린 옷 끝에 희망을 달고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강한 힘을 반지마냥 조롱조롱 끼웠네

 

소식을 전하는 까막새야

소녀에게 내 연가를 전해다오

그의 아리따운 연인은 저 먼 전쟁터에서

소녀의 춤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연인마냥 잘 뛰어오르던 청년은

잘생긴 해골이 되어서

강가에서 쉬고 있다네

 

까막새야 까막새야

전해다오.

해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평야를 지배하던 청년의 이야기를.

잘생긴 해골이 아니라 청년의 이야기를.

 

아무리 잘 생겨봐도

해골은 해골인 것을

희망은 없고 절망만이 남은 이 골짜기의 이야기를

싹 다 빼버리고

연인의 이야기를 전해다오.

 

그 잘생긴 젊은이는 또 다른 골짜기를 향해서

가다가다 하다보니 그냥 까맣게

돌아오는 길을 잊었다고

그렇게 전해다오.

 

소녀여

눈물 짓지 말아다오.

나는 죽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땅에 반해

널 잊은 것이라고.

 

청년은 언젠가 돌아오리라.

사랑하는 소녀가 늙어 죽어

역시 예쁜 해골되면

그 해골 옆에 묻히기 위해서

달그락 달그락 뼈 울리는 소리를 내며

소녀의 뼈옆에 묻힐 것이라고.

 

지극하신 달 어머님이 지켜봐주시겠지.

그러니 소녀야, 울지 말고

오늘도 평야에서 하늘을 향해 뜀뛰기를 해다오.

전쟁은 마냥 없는 이야기.

연인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고, 그때까지 너는

반지를 조롱조롱 낀채로 하늘을 향해 뛰어다오.

 

나의 사랑.

소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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