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루 꼬박 진통 끝에

아이는 태어나지만

태어난다고 다 끝은 아닌 것처럼.

젖을 물린 후 요람에서 잠이 든 아이를 하루 진통보다 더한 고통과 싸워가며

키운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 일인가.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이 되도록 키운다는 것.

그 모든 고통은 손끝으로 온다.

아이는 쉽게 어른이 되지 못해 어머니 주위를 뱅뱅 돌고

아쉬운 마음에 차라리 아이 때 모유를 더 먹일 걸, 하고 걱정하는 어머니.

당신이 그런 광경을 보았다면

차라리 아이 낳지 말았으면 하였을 걸.

그 아이가 어머니에게

왜 낳았냐고 비명처럼 내뱉을 때

당신은 도대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괴로워하였으리라.

그래서 고통이 온 손끝을, 색깔이 바래가는 손끝을

봉숭아 꽃물로 물들이려 했겠지.

하지만 그것뿐이었겠는가.

그 수많은 고통 끝에 겪는 채머리질에

철없는 자식조차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 유일한 위안일까.

아니 위안이 아닐 것이다.

어미란 자식을 키우며 제 살을 깎아먹고 있는데

자식은 그 중 일부만 보고 있을 뿐이다.

말로 종합병원 가라고 이야기하는 자식.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병이 온 몸에 온 당신은

그저 웃기만 할뿐이네.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후까지 진통했던 당신에게

나 낳기 전 시간을 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나이 먹어가고.

당신께서도 나이를 먹어가네.

부디 건강하시고

함께 같이 또 20년을 살아계셨으면.

어머니.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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