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범인을 붙잡던 그로서는 살인범과 같이 있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뭔가가 있었다. 어쩌면 이 요양원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 아니 그 복수해야 할 원인에 대해서도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물어봐야했다.

 

선생님.”

 

최대한 어조를 상냥하게 하면서 의사에게 약을 받고 오는 그에게 그렇게 접근해보았다.

 

뭔놈의 얼어죽을 선생님.”

 

[그 사람]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자네 답지 않구만. 그 눈빛은 자주 보던 눈빛이야. 뭔가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이해타산적인 눈초리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야.”

 

실패했다.

하지만 한번 더 시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다가갔다. 물론 나쁜 쪽으로 질문하는 거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만.”

 

그의 말에 [그 사람]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

 

어떻게 해서 따님을 살해할 수 있었던 겁니까. 그리고 왜...”

 

그 말에 [그 사람]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짭새라서 뭐가 달라도 달라요. 그렇지. 그렇게 질문하는 게 정석이겠지. 자신의 궁금한 건 숨기고, 알아낼 건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들어. 그 질문 말이야.”

 

“......”

 

하지만 이건 어떤가. 나는 그 날 요양원 밖을 나가지 않았어. 자네도 알지 않나. 요양원 문은 항상 닫혀 있다는 거.”

 

하지만!”

 

문제는 돈이야. 자넨 복수하기 위해서 친구의 아버지를 설찔렀지. 그리고 전직은 경찰이고.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나? 결론은 돈. 무슨 짓거리를 해도 무조건 돈 덕분이지. 알리바이를 어떤 걸 대더라도 돈이 최우선이라네.”

“......”

 

길준은 할 말을 잃었다.

 

돈은 세상의 신이야. 모든 걸 지배하지. 자네가 왜 독방에서 2인실로. 그것도 나하고 같이 쓰게 된건지 아나? 바로 내가 돈을 주고 여기 놈들한테 부탁했기 때문이지.”

 

“......”

 

난 사람을 안 믿어.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돼. 그렇다고 내가 조폭이나 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진 말게.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돼. 딸네미는 별 거 아냐. 그 앤 커피를 뒤집어쓰기만 한 건 아냐. 내가 흉도 지도록 좀 해놨지. 사인은 아마도 파상풍일거야. 설마하니 죽을 줄은 몰랐지만. 안 나가도 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가능하지. 살인은 아니더라도 살인 교사범은 될 수 있을 거야. 자네 친구 말이야.”

 

뜬금없는 폭탄 발언에 함길준의 목에 핏줄이 솟았다.

 

어떻게...”

 

왜 모르겠나. 내 인맥은 보기보다 넓어. 경찰에게 돈 쥐어준 게 한번 두 번인줄 아나. 특히나 여자문제 꼬이면 더 문제가 생기지. 임신한 상태로 괜히 죽은 게 아니야. 자넨 자네 마누라만 보이지? 생각보다 여자는 복잡하다네. 남자랑은 달라.”

 

길준이 멍하게 있자, [그 사람]은 길준의 어깨를 툭 쳤다.

 

자네 부인은 생각보다 깨끗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길준은 이내 이성을 잃고 [그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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