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버스에서 내렸다. 길함동에 있는 성당에 찾아가는 길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검은 선글라스에 가린 눈만큼은 살아있었다.

양복에 잘 싸인 몸은 그가 그렇게까지 약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새 양복이라서 미처 떼지 못한 레테르가 붙어 있었다.

남자는 잘 벼려진 칼같았다.

남자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이건만 단 몇 번의 눈움직임으로도 길을 다 파악한 것 같았다.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주저하지도 않은 채 남자는 길함동 제2433길에 위치한 성당을 찾았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 젊은 신부 하나가 그를 향해 온화하게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래 전에 맡겨놓은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

신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성경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성경을 조심스럽게 들고서 넘겨보았다. 성경책안에 세공이 잘 된 칼과 총이 각각 하나씩 들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남자의 말에 신부가 대답했다.

 

부디 원하시는 대로 되지 않기를 빕니다.”

 

“......”

 

남자는 볼일이 끝나자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 친구는 그 친구의 하나님과 수호천사가 돌봐주시겠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그의 이름은 함길준. 지금 막 요양원에서 도망쳐나온 길이었다.

팀장님 큰일났습니다.”

 

부하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병률을 찾았다.

 

왜 그래?”

 

방금 S요양원에서 2명의 요양자가 도망쳤답니다.”

 

그래?”

 

병률은 느긋한 어조로 대꾸했다. 막 점심을 마치고 커피 한잔을 들고 있던 셈이었다. 한가한 시간을 방해받았지만 그의 어조는 평안하기만 했다.

 

그쪽 관할들 말로는 이쪽 구역으로 도망쳤다고...둘다 위험인물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뭔데.”

 

한 사람의 이름은 함길준. 또 하나는...”

 

길준의 이름을 들은 병률은 피식 웃었다.

 

귀에 익은 이름이군.”

 

귀에 익은 것만큼이나 진절머리 나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병률은 손가락으로 두둑 소리를 냈다.

 

걱정하지 마. 별일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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