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에 사표를 냈다. 도대체 어째서 어떻게 친구가 아내를 죽였는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어디에서 온 인간인가. 본인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는 과연 맞는것인가?

아니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그가 사냥해야 할 <짐승>에 불과했다.

그는 아내가 슬픈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시선을 일부러 무시하면서 그는 천천히 침대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침대에는 어제 마시다 놔둔 소주병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마 어제 6병은 족히 혼자서 마셨을 터였다. 그는 그제서야 그녀가 죽은 지 1주일이 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술이라고는 질색하는 아내. 그리고 그 아내가 질색하는 또 한가지.

날붙이.

그는 찬장에서 예전에 사다놓은 칼 하나를 꺼내들었다. 식칼도 질색하는 아내였지만 끝내 찬장에 이걸 숨겨놨다는 걸 아내는 몰랐다.

아내는 무심하게 그가 찬장에서 칼날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무표정이 더욱 슬펐다.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그놈이었다. 그는 얼른 칼을 허리춤 뒤로 감춘 채 문을 열었다. 범인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도대체 요즘 전화를 왜 안 받아?”

 

그놈은 그렇게 말을 꺼냈다. 반듯하게 잘 정리된 옷차림에 머리카락 한올 떨어지지 않게 정리된 머리는 이내 수박처럼 쪼개질 터였다. 그는 허리춤 뒤께에 숨겨놓은 칼을 든채로 부들부들 떨었다.아내의 손가락이 그놈의 머리통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전화를 안 받냐고.”

 

그놈은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 그리고는 침실 한 켠에 있는 텔레비전을 틀었다.

 

[1주일전 임산부를 총을 쏘아 살해한 용의자가 모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로 확인되면서...]

 

그는 슬그머니 허리께에 가지고 있던 칼을 늘어뜨렸다.

범인이 이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아내의 손가락은 그놈의 머리통을 가리키고 있는데...

 

탈출한 용의자가 이 부근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위험하니까, 술같은 것도 적당히 마시고, 집에서 안정을 좀 취해. 문단속 잘 하고. 텔레비전도 안 볼 것 같아서 내가 그 이야기 해주러 왔지. 쯔쯔. 집안꼴이 이게 다 뭐야.”

 

위선떨지마. 이 새끼야.

그 말이 입에서 나왔지만 그는 억지로 삼켰다. 아닐 수도 있다. 아닐 수도.

복수는 냉혹하고 정밀하게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진짜 범인이 아니라면 살인은 헛발질에 불과할테니까. 그는 그놈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따지 않은 소주를 한병 권했다.

하지만 그 놈은 고개를 훼훼 젓고는 가보겠다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놈은 그가 내려놓은 칼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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