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두들기는 건 인상적인 일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한번 정도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니까. 하지만 그 아이가 두들기는 건 단순한 피아노 건반은 아니었다.

감정이 실리는 피아노 건반에는 하나의 묘미가 있다. 단순히 화가 나서 두들기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치는 곡에 도취되어서 치는 것인지, 혹은 그저 감흥없이 빠르게만 두들기는 것인지.

나는 피아노를 별로 좋아해 본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는 건 좋아한다.

피아노를 치는 손끝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온다는 말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짜라짜라라라라라 쨘쨘.

행진곡 끝을 살짝 뭉개버리는 중학생, 혹은 아라베스크의 미묘함을 마치 이제 풋풋한 여성의 골격을 갖춘 것처럼 그 등을 살짝 보이는 것으로 해결하는 초등생.

, 나는 어째서 어린 시절에 그 피아노의 속살을 깨끗이 바라보지 못했던가.

이제 와서 피아노를 치면 무엇이 튀어나올까 두렵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어린 시절의 그 서투름 혹은 피아노에 대한 미움과 사랑을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치는 젓가락 행진곡을 건너방에서 들으면서 나도 어설프게나마 피아노 건반에 손을 대어본다.

딴딴딴딴 딴딴 딴딴 딴딴따...

누군가가 이 피아노를 듣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까.

설사 어설프다 느끼더라도 나는 피아노를 칠 것이다. 마치  황량한 땅에 꽃씨를 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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