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포도알이 터졌다.
즙이 터지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포도알 하나당 삼삼한 꿈들이 터져나왔다.
포도 하나 건져올려 시큼한 요구르트에 섞는다. 스푼에 휘휘 저인 포도알은 여전히 상큼하다.
첫 사랑의 치마가 흔들리던 순간도 요구르트에 녹아드는 포도알 같았다.
녹아들고 녹아들어 요구르트는 달콤하면서도 시큼하고, 그 시큼함의 냄새는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소년의 냄새와 같았다.
첫 사랑 누나가 떠나는 정거장에서 소년은 전하지 못한 편지를 가슴에 품었다. 가슴에서는 급하게 뛰어오느라 풍기는 땀냄새가 시큼했다.
포도알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고 탱글탱글한데 나이든 소년은 더 이상 생글생글한 포도같은 추억을 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