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날 고양이를 호수에 던지셨어요? 알버트 삼촌."

유산을 물려받기 전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삼촌에게 했던 말이다.

"......"

삼촌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비밀로 지키려는 걸까.
그러다가 다른 생각이 났는지 조용히 말했다.

"고양이는 아홉개의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알버트를 잘 부탁한다."

그것이 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내 질문에 대한 근원은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내가 티없고 철없이 뛰놀던 시절, 어느날 삼촌은 내게 수영을 가르쳐준다면서 어디에선가 고양이 한마리를 주워왔다.
집고양이인지 길고양이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추물은 다시 못 볼 듯 싶었다.

"삼촌?"

"지금부터 이 고양이가 수영하는 걸 보자꾸나."

삼촌은 그때당시 직업이 없는 상태였고, 하루하루 꾸려나가는 생활도 전적으로 전당포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할머니는 마치 백년은 더 묵은 사람같았는데, 별로 수익도 안나는 전당포를 꾸려나가면서도 그다지 쪼들려보이지는 않았다.
하긴 우리 삼촌같은 사람이 열명만 더 있어도 꾸려나가는데는 지장이 없었을 테니까.
삼촌은 고양이를 번쩍 들어서 호수를 향해서 던졌다.

퐁당.

다행히도 멀리 던져지지는 않았는지 고양이는 헤엄을 쳐서 우리쪽으로 다시 건너왔다.
삼촌은 다시 한번 고양이를 집어들었고, 고양이는 삼촌을 할퀴려고 했지만 민첩한 삼촌은 할퀴어지기도 전에 다시 고양이를 호수에 멀리 집어던졌다.
세게 집어던졌는지 이번에는 더 큰 소리가 났다.

야옹!

고양이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번에도 고양이는 우리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몇번의 던짐과 몇번의 돌아옴이 있었고, 마지막에 삼촌은 말 그대로 고양이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말 그대로 가라앉아버린 것이었다.
후에야 그 고양이가 전당포 할머니가 매우 아끼던 고양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삼촌은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도망치듯 마을을 떠났다.
전당포 할머니는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을을 떠났고, 이내 모 도시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고양이 한마리가 없어진 일에 지나치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고양이를 싫어했던 양반이 그때 그 고양이보다 더 못생기고 재수없는 고양이를 남길 줄이야. 생각같아서는 삼촌이 그랬듯이 호수에 넣고 익사시키고 싶었지만, 고양이를 기르는 일이 조건에 들어있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아홉개의 생명 운운했으니 특별한 고양이긴 한 모양인데.

"알버트."

내 부름에 알버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야옹

보면 볼수록 기분 나쁜 종자다.
내가 더 오래 살지 저 추물이 더 오래 살지 모르겠다. 하긴 알버트 삼촌도 몇번 기르는 고양이가 바뀌었다고 하니까 저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아니, 꼭 길러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잃어버렸을 때의 경우에 대한 말은 없었으니까 몰래 길을 잃어버리게 하면 된다. 왜 이 생각을 진작 못했을까.

그 다음날 나는 알버트의 목에 목줄을 매고 걸어가다가 저 멀리 공원에 풀어놓고 와버렸다.
그리고 저택의 문을 열고, 집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럴 수가, 물려받은 알버트를 그만 길에서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집사는 지그시 날 바라보더니 짧게 말했다.

"싫어하시더니 잘 되었군요. 알버트 주인님께서도 고양이를 자주 잃어버리셨지요."

집사는 내가 고양이를 갖다 버리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마디 덧붙였다.

"알버트는 그래도 늘 집을 잘 찾아왔답니다."

"네?"

"고양이 이름말입니다. 알버트. 알버트 주인님이 8번만에 다시 찾으시면서 그렇게 고양이 이름을 지으셨죠. 그 고양이, 30년동안 한번도 주인님 곁을 떠난 적이 없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야옹하고 발치에서 소리가 났다. 알버트였다.

"제 말이 맞지요? 30년동안 한번도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답니다."

"30년? 알버트가?"

"네."

집사는 알버트를 번쩍 들어올리고는 알버트에게 간식을 주었다.

"고양이 생명은 9개라죠? 전 주인님이 그렇게 자주 말씀하시곤 했죠."

"잠깐만, 애슐리. 그럼 알버트가 언제부터 알버트 삼촌옆에 있었단 소리에요?"
 
"주인님이 자수성가하실 무렵이 아마 고향을 떠난 후였죠? 그때부터 주인님을 모셨으니 아마 제가 알버트보다 좀 더 뒤에 들어왔을 겁니다. 그렇지? 알버트?"

그 말에 알버트는 딱 한마디를 했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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