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뼈다귀를 찾자는 말에 나는 화를 낼뻔했다. 그렇지. 옛날의 나라면 화를 내다 못해서  뺨때기를 날려야 시원할터였다. 하지만 전화를 준 건 대학신입때까지 친했던 친구가 건 전화였다. 그것도 내가 그 애의 남자친구를 뺏은 후 절교한 이후로 처음으로.

"무슨 뼈가 필요한데?"

갑자기 뼈타령을 하면 필연적으로 우리 유년시절의 스티븐 킹이 생각나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 동창회를 했는데 안 온 사람이 두명 있더라?"

그애의 말에 또 울컥했다. 또 나왔다. 저 버릇.
말 하다말고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그게 뼈랑 무슨 상관인데."

"얼마 전에 신문기사 읽었어?"

아마도 예전처럼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하고서 멍한 눈동자로 앞을 응시하고 내 전화를 받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까 애인을 뺏기고 마는 거다!라고 소리쳐주고 싶다. 정말.

"어떤 신문기사?"

"무연고묘지에 들어간 시체 하나. 붉은 비즈로 하나하나 수놓은 공들인 옷을 입은 아름다웠을거라고 추정되는 여자 한사람."

"그래서?"

"걔 우리 동창 아닐까?"

무연고 묘지에 묻힌 신원미상의 시체가 갑자기 동창생이라고 생각되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이냐...싶었지만.

"동창회 안 나온다고 다 시체니? 그럼 나도 시체겠다."

"어머, 너도 시체야. 좀비지. 투명인간이고."

예의 머리를 비비꼬면서 말하는 어투라서 그런가 말투도 신랄하게 꼬여있었다.

"미안하다."

"어머, 미안해할 필요없어. 나도 결혼했는걸."

그 애 말에 따르면 올해 결혼했고, 결혼하자마자 연락을 끊다시피한 동창들이 그리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창회장을 닥달, 올해 동창회를 10년만에 처음으로 열었는데 거기 빠진 사람이 바로 나와 그 신원미상의 여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가 걔라는 보장은 없잖아. 어디 멀리 가서 연락이 끊어졌을 수도 있고."

"난 걔라고 생각해."

멍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생각보다 머리 회전이 빠른 게 장점이다. 경찰도 못 찾은 신원미상의 시체를 어떻게 찾겠다는 건지.

"손가락이 다 없어졌는데 무슨 수로 찾아."

내 말에 그애가 대답했다.

"손가락을 찾으러 가는 거야. 마침 사고난 곳에서 10m도 안된 곳에 우리 집이 있거든."

내가 그렇게 한가한 인간처럼 보이냐고 말하려다가 또 참았다. 나는 남의 애인을 빼앗아 결혼까지 한 사람이다. 아무래도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알았어. 도와줄게. 근데 동창회에 안 나왔다는 애는 도대체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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