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그 뒤에는 초기에 서술한 것과 같이 흘러갔다. 길원택은 조직에 들어갔고, 거기서 연줄에 연줄을 대어서 초기에는 작곡가, 가수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선량함마저 잃어가면서 바지사장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소녀의 아버지를 구하지 않았던 그들에 대한 미움이 싹텄다. 언젠가 그들과 맞대면할 날이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런 식이 될 줄은 몰랐다.
자신은 승아를 지금까지 이 위치에 올리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는 유령과 헤어진 후 TV를 켰다. 녹화해놓은 승아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언제나 자신이 그녀와 함께 부르기위해서 키를 조정해놓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친 얼굴을 손으로 천천히 만졌다.

 

"아프다..."

 

그리고 이틀 후 진중우는 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받지 말까 하던 전화였다. 발신자 번호가 뜨지 않는 전화였다. 하지만 무슨 운명같은 느낌에 그는 그 전화를 받고 말았다.

 

"진중우씨 되십니까?"

 

"......"

 

"길원택에 대해서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신 누굽니까?"

 

"그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텐데요."

 

"......"

 

"길대표를 망가뜨릴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저하고 약속만 잡아주시면 녹음 정보를 그대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컬컬한 목소리에 목소리내기 조차 힘든지 중간중간 잡음이 섞였다. 그르르륵하는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oo시 oo식당 앞에서 뵙겠습니다. 혼자 오십시오."

 

"......"

 

너무 잘 맞춰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길원택을 몰락시킬 도구를 찾는다는 걸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을까. 마치 자신의 맘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꼭 혼자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중우는 고속도로를 타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타도하기로 한 길원택이 살인 용의자일수는 있어도 그 전에 폭로될만한 악행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진중우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고,  승아보다 3살 연상일뿐인 그런 남자였다.
재벌의 아들이라는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 비하면 길원택은...

 

길원택은 스포츠 기사 하나하나를 정성껏 훑었다. 연예인이 아무리 선호 1위의 직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대중들의 먹이감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그걸 충실히 보여주는 예가 스포츠 신문의 연예란이었다. 얼마 전, 자신과 반대되는  소속사를 세운다고 나왔던 진중우 이야기도 모 스포츠 신문에 실린 이야기였다. 그 뒤로부터 길원택은 그렇지 않아도 꼼꼼히 챙겨보던 스포츠 신문을 스스로 먼저 챙기곤 했다.
어차피 기차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챙기는 여유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다 훑고 있는데 이런 기사 하나가 걸렸다.

 

[모 대표와 열애중인 모 아이돌 임신설]

 

임신은 무슨! 길원택은 코웃음을 쳤다. 나중에 <형님>들에게 부탁해서 처리해야할 문제인듯 싶었다. 그는 조직에 몸 담았을 때 저장해놓았던 한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형님 잘 계셨습니까...저 원택입니다.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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