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재벌이라고 하면 무척 깨끗해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엘리트, 상위 계층, 이슬만 먹고 살것 같은 그런 고고한 이미지.
진진우도 그런 놀음을 즐겨했다. 아니, 그 윗대윗대부터...
하지만 뒤에는 작은 기업을 하던 시절부터 알게모르게 조폭들과 손을 잡아 이권을 취한 일이 여러번 있었다.
길원택과 [유령]은 그 일에 끼인 다수의 인물들 중 하나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사장님."
분에 못 이겨 부들부들 떠는 [유령]에 비해 길원택의 목소리는 유들유들하기 짝이 없었다.
"그동안 절 피해다니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흥, ...내가 깡패에 불과한 네놈들을 피하긴 뭘 피했단 말이야."
공식석상이라면 진진우가 이들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하등 없었다.
"깡패라뇨...."
[유령]이 분기를 못 이겨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동안 길원택은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대꾸했다.
"저흰 그냥 일반인일뿐입니다. 조금 험상궂게 생긴. 반질한 얼굴로 뒤에서 아리랑치기를 하는 누구들이랑은 차이가 있죠, 그 조직폭력배를 고용한 게 대체 누굽니까?"
"이놈들이!"
진진우는 감시하려고 왔던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분노한 [유령]의 손이 진진우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바둥거리는 진진우의 몸을 질질 끌고 공동묘지 저 한적한 곳까지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진중우와 윤승아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