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승아의 말에 윤연출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이 소녀는 단순한 죄책감때문에 일생을 결정지으려고 하고 있었다.
"승아야..."
"혼란스러워요..."
승아가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길대표님이 얼굴을 다치시기 전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저는 그냥 일개 아이돌일 뿐이고, 대표님은 이미 가요계에서 유명한..."
승아는 윤연출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아직 남아 있었다. 뮤지컬 주연으로 결정되자마자 그녀의 연습실로 정해진 그 스튜디오의 모습.
마치 순백의 신부에게 바쳐진 것처럼 전신거울과 하얀 장미로 꾸며진 스튜디오.
그리고...이번 뮤지컬의 등장인물이 입고 등장하기도 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
사극에는 어울리지 않는 의상이었지만 이건 윤연출의 연출에 맞춘 의상이기도 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식이라고 빡빡 우기는 윤연출의 말에 다들 어이없어했었지만 동의했었다. 다만, 길원택은 열렬히 찬성했는데...
"자, 첫곡부터..."
전자피아노 앞에 앉아서 길원택이 그녀에게 말했다.
"대표님, 악보는...?"
"그딴 뮤지컬 악보 다 외우고 있으니까 신경쓰지마. 넌 따라 부르기만 하면 돼."
"대표님..."
"대표라고 부르지 맛!"
길원택은 버럭 성질을 냈다.
"나는 여기서는 반주자야. 넌 노래 부르면 되고! 첫곡부터 시작한다! 노래해! 내 얼굴을 위해서, 널 이 자리까지 올린 날 위해서, 다친 내 얼굴을 위해서 노래해! 아니, 난 네 약혼자야.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제발 날 위해서 노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