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권선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째서 이때까지 건강했던 자신이 심장병이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측근에서는 길원택 짓이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길원택은 자신이 키우다시피한 거물이었다. 좀 차가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을 공격할 정도로 근성이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이제 좀 어떠십니까?"

 

과일바구니를 들고 온 길원택에게 권선생은 더 이상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기가 막힐 뿐이었다.

 

"네 맘대로 다했다면서? 근데 이제와서..."

"그러니까 아무리 이뻐도 너무 데리고 놀아도 안되는겁니다. 사장님. 애 목이 완전히 갔던걸요."

 

사과를 사각사각 깎으면서 하는 말에 권선생은 얼굴이 붉어졌다.

 

"알고 있었나?"

 

"그럼요. 다행스럽게도 공연의 유령이 도와줬으니 다행인거죠."

 

"공연의 유령?"

 

"뭐, 그런게 있어요. 하여간. 너무 무리 하지 마십시오. 연세가 있잖아요."

 

"...너도 조심해라. 조금만 잘못하면 훅 가는게 이 바닥이야."

 

"전 윤선생이 아닙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술 먹다가 칼에 찔렸다던데. 전 그런 어설픈 짓은 하지도 않아요."

 

"정말이냐?"

 

얌전하게 사과를 깎던 길원택은 사과깎던 칼을 권선생에게 갖다댔다. 그리고 조용히 대꾸했다.

 

"저는 직접 안 움직입니다. 단지 움직이는 건 유령이죠. 항상 무대만이, 쇼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유령이...그걸 망치는 사람을 응징하는 거죠. 그게 유령인거고, 전 항상 그 유령 덕을 보죠...왜냐하면 유령과 전 바라는 게 항상 같거든요. 완벽.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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