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의 경제학
 

미디어에 따르면 여자는 25세가 가장 아름답고 좋은 시기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신체도 나이를 먹고, 정신은 더더욱 노화되어 간다. 결혼 적령기를 운운할 때가 이맘 때이고, 그 시기가 더 지나가면 어느새 폐품이라는 소리까지 듣기 마련이다. 아, 요즘은 듣기 좋게 골드미스라고도 불러주던가?
아서라. 그건 돈 있는 사람한테나 하는 소리일 뿐이다.
그나마도 서른 넘어 사십에 이르면 그 박대의 정도는 심해져서 어느 책의 저자에 따르면 유목사회에서는 오히려 지참금을 두둑히 받아도 신부로 맞이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거 이거 나이에 대한 핍박이 이 정도면 최악이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 들어보았나 모르겠다. 25세때 너무 아름답고 지혜로웠던 여왕이 점점 나이들면서 늙어가는게 억울해지자 그 나이보다 더 어린, 아마 16살이었던 것 같다. 소녀와 몸을 바꾸고 신분을 바꿔서 살아가는 이야기. 근데 애는 애대로 이빨아파, 머리 아파,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르겠어! 타령이고 여왕은 주름진 얼굴이나 갈수록 빠져가는 머리카락이 아쉬울 지언정 그걸 장식하던 보석이 그리워진거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는 다시 바꾸는데 여왕이 말한다.

"아, 25세만 되었어도 바꾸지 않았을 것을!"

글쎄. 25세 이야기,뻥 아니냐고?
어디 가서 물어보라고,

-------------------------------------------------------------------------------2005년 25세인 나, 소주란은 한숨을 쉬면서 한손에는 졸업증명서를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이 포즈, 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어차피 졸업앨범에 사진이 있다고 설명해도 엄마는 요지부동이었다.

 

"느네 사촌 언니 졸업했을 때 얼빠지게 앨범사진 안 찍은 것도 모르니?"

 

알지. 사촌 언니 말에 의하면 그날따라 시험이  2개나 있어서 다 치고나니 기운이 빠져서 한잠 자려던게 그만...이었다니까.
얼이 빠지긴 빠졌던 모양이다. 잠을 잤으니까. 그냥 잠만 잤던가? 졸다가  졸다가 소화전에 얼굴이 부딪혀서 얼굴이 깨졌으니 어머니 말 뒤에 숨겨진 말의 의미는 알만한 것이었다.

 

"엄마는. 이제 그만 사진 찍자. 허리도 아프고 돈도 너무 많이 들어."

 

"안돼. 더 이쁘게 나온 걸로 골라야 된다. 적어도 아양이보다는 이쁘게 나와야지."

 

왜 엄마는 딸보다 겨우 4살 많은 조카에게 그렇게 경쟁심을 갖는 걸까?
4살 차이니까 물론 같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시기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엄마. 누가 내 얼굴이 아양이 언니보다 못 하다고 그래?"

 

"그럼 그 세숫대야는 도대체 누가 데려간거라니. 걘 그 사고 난 후에 성형수술해서 찍은 사진이라..."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이 한번은 지나간다는 시험대. 성형 수술.
물론 나도 조금 손을 보긴 했다. 아직 틀이 덜 잡혀서 그렇지 나름 깨끗하게 된 편이라고 자부도 하는 편이고.

 

"엄마는..."

 

"이제 25살. 한참 꾸며서 시장 나가야 될때지. 이때 아니면 누가 데려간대니."

 

아양이 언니가 재벌 3세급과 결혼한 건 전 캠퍼스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거기다가 더 놀라운 것은 아양이 언니가 그렇게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는데다가 신랑도 마찬가지였다는데 있었다.

 

"개구리같이 생겨서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어머니가 입을 오므렸다.

 

"이런."

 

엄마가 말을 하기가 무섭게 길바닥에 개구리 한떼가 개굴개굴 거리면서 뛰어간다. 철 모르는 개구리가 그저 얼어죽지만 말아야 될텐데.

 

"개구리네..."

 

그 말에 뒤에 있던 한껏 치장을 한 대학원 졸업생들이 질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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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이 언니 이야기를 다시 들은 건 훨씬 뒤의 이야기였다.
내가 졸업한 게 2005년도. 그리고 지금은 2015년도니까. 정확하게 언니 나이 40세.
근데 사람들 말에 의하면 졸업때만 해도 개구리같이 피부가 늘어지고 주글주글해서 화장을 아무리 예쁘게 해도 50대는 되어 보였다고 했다, 최근에는 마치 25세처럼 아름다워졌다고...남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돈을 얼마나 퍼썼으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덜컥덜컥 국을 소리나게 펐다. 아버지가 어깨를 움츠렸다.

 

"아양이가 그렇게 싫나? 당신?"

 

"...싫긴."

 

말이야 맞는 말이지. 언니가 엄마한테 잘못한게 뭐가 있다고. 시집 잘 간 덕분에 놀러올때마다 비싼 선물이야, 덕담이야 입에 한금 물고 오는 사람한테.

 

"그냥 어처구니 없어서 그래요. 걔 나이가 벌써 40줄인데 다시 25살.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피부과에 돈을 얼마나 퍼나르면..."

 

"여보!"

"엄마!"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다시 취업준비를 하러 대학 도서관을 가는데,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전에 언니가 얼굴을 갈아버렸다는 호수전 거기에 한 아름다운 소녀가 서 있었다.

 

"......"

 

"너, 사지 않을래?"

 

아름다운 갈색 머리카락. 눈동자는 까맣고 반들거리고, 입술은 마치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붉다. 속눈썹은 자연스럽게 내려와있고, 풍성하기그지없었다.
마치 어린 시절 아양이 언니 같은 얼굴이었다.

 

"미성년성매매는 불법이야."

 

"내 나이는 이제 25살인걸."

 

내말에 소녀가 웃으면서 대꾸했다.

 

"소화전에 얼굴을 갈아붙인 후 변하면 아무도 모를거야. 대신 넌 나한테 안정된 자리를 줘야해. 돈같은거."

 

"얼마면 되는데?"

 

"글쎄...얼마나 될까. 너 혹시 졸업 앨범 찍었니?"

 

"응."

 

"그럼 안되지."

 

소녀가 빙긋 웃었다.

 

"재벌이랑 결혼해서 그 돈을 나한테 다 줄 거 아니면 안되고 말고..."

 

소녀는 소화전에서 뛰어내렸다.

 

"요즘은 선불이 아니라 후불인데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네...별 수 없지. 빈익빈 부익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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