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갔다. 하필이면 어째서 자신이 의사를 그만두려는 시점에서 이 소녀의 아버지는 돈이 떨어져버린 걸까.

 

"무슨 소리냐. 의사를 그만두겠다니."

 

"......"

 

"음악이 제 천성인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의사는 안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이때까지 잘 다녀와놓고서는!"

 

"하지만..."

 

"안돼!"

 

아버지는 그대로 쓰러졌다. 용서받지 못했다. 허락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길원택은 그대로 집을 나와 작업실을 꾸렸다. 양방언계는 아니었다. 업계에서 짝퉁을 허용해줄리도 만무했고, 양방언이나 류이치 사카모토같은 사람이 두번 나올 정도로 업계가 호황인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양방언이건 류이치 사카모토건 처음부터 자기 세계를 추구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길원택은 그대로 가요계로 향했다.

 

4.

 

소녀의 아버지는 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돈으로 심장수슬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이 너무 늦었던 탓으로 아버지는 그대로 죽고 말았다. 소녀는 소녀의 친구의 아버지에 의해서 다른 사람의 양녀로 들어갔다. 물론 소녀의 양부는 친절하고 양심적이었다. 더더군다나 그도 건강이 좋지 않아 소녀가 18살이 되던 해에 사망하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소녀에게 갈 곳은 마땅하지 않았다. 얼굴이 아름답고 목소리가 아름답기 때문에 성악대를 지망할 예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장학금으로 갈만큼 소녀의 목소리는 성량이 풍부하진 않았다. 더더군다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방도도 없었다.
그렇다면? 얼굴, 몸매, 노래가 다 받쳐주니 가수를 해보자.
과연 가수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가 싶지만 그녀에게는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를 꾸준히 레슨해주던 정체모를 선생님이 그녀에게 길 그룹이라는곳으로 가보라고 해주었던 것이다.

 

"거기 가면 넌 대스타야!"

 

5.

길원택의 길은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몰래 지켜보고 있던 소녀의 아버지 수술비가 없다는 말에 우선 가지고 있던 작업실을 팔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탐욕스럽게 지켜보던 조폭의 모 대표에게 몇년간의 계약서를 쓰고 바지사장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밑에 수많은 재능없는 아이들을 가수로 키워내고, 그 아이들이 정치가나 영향력있는 사람 옆에서 기생노릇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 어느 아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돈이 들어가면, 이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눈은 탁해져갔고, 돈이 벌리기는 할 지언정 진정한 스타로서의 아우라는 점점 잃어갔다.

 

"다 똑같다..."

 

그렇게 점점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데 그동안 조심스럽게나마 끈을 연결해두었던 소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넌들 오죽하겠니 싶었는데, 이 아이가 4차원인걸까? 눈매 하나 안 상하고 싱싱하기 그지 없었다.
레슨 선생이 호들갑을 떨면서

"그 앤 진짜라니까요. 간만에 보석을 주워왔네요. 길선생." 할만했다.

길원택은 그래서 다시 음악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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