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탱고였지.
왜 그랬냐가 중요해?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는 중요하지. 그건 커피를 진하게 우려내고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이 흐르던 날이었어.
잠이 미치도록 쏟아지는데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좀 게으르잖아.
일이 미치도록 밀리지 않으면 일을 안 하지. 내가 좀 원래 그래.
가내수공업인데도 그렇더라고.
그래서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려대고 있는데, 피아졸라의 탱고 속에서 톡톡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잖아. 끽끽 소리도 나고.
당신도 알지? 음악이란 민감한 거잖아. 누가 그랬지. 누가 그랬나?
말러가 여기에 안 맞는거 나도 알아. 근데 그렇게 연주하면 별 소리가 다 난다고 그랬지.
근데 그게 미묘하게 조율된 거라 거기에 잡음이 끼이면 하나라도 안 맞다고.
그래. 이제 기억난다. 장영주였지. 그래. 맞아.
근데 그 톡톡하는 소리가 귀에 안 거슬리는거야. 끽 끽 소리는 좀 거슬리는데.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한 남자가 웃더라고.
쓰레기통을 톡톡 두들기면서 리듬감있게.
엉덩이까지 흔들어. 실룩실룩.
톡톡. 끼익끼익. 근데 그게 요요마의 첼로소리처럼 들리는게 묘한거지.
어느샌가 다가와서는 의자를 손으로  살짝살짝 밀더라고.
손으로 밀리니까 그게 또 밀리네. 나는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그 남자의 손을 잡았지.
남자가 손으로 날 살짝 밀자니 미니까 또 살짝 밀리네.
당신도 알지. 난 본래 탱고를 잘 못 춰. 
근데 이 남자가 다시 내 손을 붙잡고 왼쪽으로 리드하더라고.
틀어놓은게 아마 요요마였을거야. 언젠가부턴가 피아졸라의 탱고가 끝나고 다른 곡이 나오더라. 톡톡 빙글빙글.
분명히 일하느라 방해된다고 하이힐을 벗었는데 , 그리고 난 하이힐 잘 신지도 않는데 뒷굽으로 바닥을 톡톡 치면서 그 남자와 몸을 쫙 붙이지 않았겠어.
톡톡. 그 남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 리드하고, 난 잠깐 비켜서서 그 남자를 살짝 봤다가 치마자락을 흔들었지. 그 남자도 몸을 흔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 생기거나 마른 건 아니었는데 왜 그랬나 모르지. 내가 미쳤나봐.
그 남자가 다시 내 허리를 잡고 돌리고, 난 그 남자 다리에 몸을 갖다붙인채로 다시 뒤로 물러섰다가 우린 다시 정반대로 돌아섰지.
목관악기가 내 몸을 흔들고, 작은 북이 그 남자의 몸을 두들겼지.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퍼커션이 손과 손위로 지나가고 스캣이 우리 둘의 입에서 흘러나왔어.
발이 앞뒤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바지자락이 엉키고, 하이힐이 바지위로 올라갔다가 그 다음은 기억이 안 나.
말했잖아. 이건 순간의 춤이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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