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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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계획대로만 될 것 같은 인생인 듯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 앞에 우리는 삶이 멈춰버릴 때가 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에 등장하는 저자는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랬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슬픔을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다.

전시관을 거닐다 보면 낯설고 먼 땅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어딘가 시적이다.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듯 거리를 누비면 마법은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몇 주는 뇌가 반쯤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정말 그 정도로 몰두했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이 '짠' 하고 커튼을 열어 안을 보여 주는 건물 1층의 창문들처럼 보였다.

뉴욕의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렇게 2008년 가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7년이 넘도록 대처하지 못할 일은 없는 곳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나의 새로운 삶에서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긁어모아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메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몇 달을 지켜보면 내가 한때 날이면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다.

우리는 잘 안다.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각 장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뽑고 쓰면서 저자의 마음 변화를 함께 한 듯하다. 갑작스러운 아픔을 겪으며 선택한 미술관에서의 삶, 그 안에서 아름다운 예술작품과 경비원들의 삶을 통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참 다행이다~~싶었다.

삶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온전한 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커다란 용기가 있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 용기와 쉼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출판사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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