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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평점 :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와 세미나를 엮은 기록이다. 강의록이기 때문에 완전한 문단구성이나 배열, 문장 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 그 대신 롤랑 바르트의 강의의 생생함이 묻어 난다.
이 책은 하이쿠,디아포랄로지, 은유와 욕망, 그리고 바르트의 모습 등 여러 주제가 뒤섞여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의 전반부는 하이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세계적인 구조주의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바르트가 매혹적으로 주목한 글쓰기의 본질적 모델이다. 롤랑 바르트는 초기에 하이쿠에 심취해있음을 나타내는데 특히 하이쿠의 현재 순간의 지시성과 짧은 순간 포착에서 글쓰기의 형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하이쿠는 알다시피 일본의 즉시적 글쓰기 방법 중 하나인데 바르트는 이에 대해 '바로 가벼운 스침의 에로틱한 지대, 순간의 글쓰기, 절대적 글쓰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스침의 순간의 글쓰기에 대한 직관적 해석은 소설쓰기에 들뜬 바르트의 욕망을 보여준다.
바르트의 이 강의는 온전히 소설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엄청난 분량의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하나는 '소설의 준비:삶에서 작품으로'와 다른하나는 '소설의 준비:의지로의 작품'으로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부터 쓰기에 집착하는 작가의 욕망, 그리고 문학의 본질과 소설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특히 바르트는 하이쿠와 더불어 푸루스트를 조망하는데, 아마도 푸룻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자극을 받은 듯하다. 프루스트의 기억으로 인한 쓰기와 그것을 통한 존재의 의미를 되살린다. 그렇지만 이런 기억으로 인한 쓰기는 바르트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에 현재의 현현한 본질을 써내는 순간의 글쓰기로서 하이쿠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메모하기'로 명명하는데, 즉 바르트는 하이쿠를 통해 메모하기로 변형하고 그것이 소설로 넘어가는 형식을 고민하는 듯 보인다.
바르트는 쓰기를 욕망이자 자아 실현을 위한 근본적 행위로 본다. 즉 쓰기를 통해 타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욕망과 연결되고 그러하기에 쓰기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가치있어지도록 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따라서 바르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 책은 다룬다. 글쓰기의 기본적인 전개부터 글쓰기의 욕망, 작가의 고민과 작품의 산출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또한 수많은 작가와 작품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다룬다. 물론 강의록이기에 서두에서 말했듯, 완결한 문단이나 문장이 나타나지 않아 독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라도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는 바르트의 소설쓰기의 내밀한 욕망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
" 문제의 작품이 필연성의 감정을 끌어내는가, 그 작품이 우리를 회의주의에서 해방하는가, '왜 그렇지?, 왜 그렇지 않지?'입니다.(p44)
"실제로 (소설의) 창조적 요소는 기억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의 변형입니다.(바슐라르의 "상상력은 이미지들을 해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참조)(p48)
"하이쿠는 힘과 효울성의 극한으로서의 언어이자, 정말로 언어를 보상하고, 언어에 사례를 하는 것으로서의 담론입니다.(p79)
"하이쿠는 순간의 글쓰기(철학)입니다. 예컨대 순간에 대한 절대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죠.(p99)
"현재의 단편적인 메모하기(우리는 하이쿠를 그 모범적 형식으로 삼았습니다.)에서 어떻게 소설을 쓰는 계획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하이쿠로부터 무엇이 우리의 서구적 성찰로, 서구적 글쓰기 실천으로 이행될 수 있을까요?(p166)
덧붙임.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물론 솔직한 리뷰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