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현재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화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 더러 있다. 조금 더 논리를 갖추고 아이들과 대화하며 올바른 사고의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이번에 등장한 이 책이 구세주로 느껴졌다.저자가 교육대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끼리 형성하는 사회내에서는 혐오표현이 이미 놀이로 자리잡고 있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아들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심각성을 깨달은 저자가 아들과의 대화에서 어떻게 ‘듣고’ 대화하며 ‘생각’과 ‘토론’을 통해 ‘경험’의 민주주의로 이끌어냈는지 서술하고 있다.특히 경청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머리로 알고 있어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반사적으로 부정적인 표현부터 하게 되는데 다시금 마음을 다스리고 차분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특히 성장 중인 아이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어른의 위치로 어떻게 발화해야 하는지 ‘경험’의 사례가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단순하게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해서는 안되는 행동의 기준을 세우는 것을 강조한다. 회색지대가 있는 만큼 명확한 흑백의 지대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이러한 대화를 주고받는 토론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애정,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에 대해 듣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애정과 신뢰가 이미 구축 되어있는 관계에서 솔직하게 대화하고 설득하기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우선 대화 가능한 관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인 경우도 많을 것이다. 두껍지 않고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의 무게가 그 어느 책보다도 무겁게 다가왔다. 읽는 내내 마냥 편하지는 않았지만 밝은 빛 한줄기를 발견한 소중한 독서의 경험이었다.#극우유튜브세서아들을구출해왔다#대화법 #권정민 #교양100그램 #그램독서
자주 결을 맞대고 있지만 새삼 계간지로 분기별 이슈를 이렇게 타이틀에 적확하게 나오는 출판물이 있을까 싶었다. 큰 맥락을 정말 창작- 문학의 영역과 비평- 비문학의 영역으로 나란히 배열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핑퐁으로 현실의 씁쓸함을 한없이 맛보다가 잠시 시큼 달달한 이야기 속의 인물들과 마주하게 된다.이번 봄호의 특집 화두는 ‘세계’였다. 인류세에서 발화하는 세계란 세계 없음으로 이어지며 즉 무세계성으로 연속된다. 자유주의 이후 세계의 자본주의 시효를 염려하면서도 그 답안을 서사속에서 찾아 형편없는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에 기후 – 경제의 제재로 이어지며 답답한 투명막에 쌓인 기분조차 들었다. 거시적이던 위기의 활촉이 살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 당장 고개 돌리면 확인할 수 있는 국내의 문제들로 흘러간다. 퇴행을 넘어서는 비상한 상황에서 왜 움직임을 모색하는지 모호한 생각들이 채도를 높여가는 대화들이었다.현상을 짚으며 속이 쓰릴까 외면하던 이야기들도 온전히 곧게 쓰여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곧 찾아오는 416을 우린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태도와 자세에 대해 돌아보고 섣불리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아린 마음에 애꿎은 손끝만 뜯게 된다. 생각들이 쌓여 머리 속이 달아오를 때 문학이 주는 바람은 봄이라고 속삭인다.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오다가도 어느샌가 눈물을 머금게 되는 시들을 지나 연재 중인 소설도 현 시절을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을 소개해 준다. 대산대학문학상 발표로 새로운 창작자들을 만나는 것도 봄다운 설렘이었다.매일 보는 뉴스나 기사와 같은 느낌을 월간지가 준다면 흐름은 놓치지 않되 탐사보도와 같은 깊이를 주는 것이 계간지이다. 고루 생각하는 사고의 근력을 기르기에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친환경과 페미니즘은 각기 따로 자주 접했던 어휘들이지만,에코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생소하면서도 왠지 바로 소화되는 어휘이다.여기서 지칭하는 에코 페미니즘이란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고 기후정의와 젠더 정의가 실현된 지구, 그런 지구를 만들기 위해 지은이들이 제시하는 획기적인 전환책이다.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현재가 기후 위기 시대임을 전반적으로 알려주는 1부,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위의 삶을 통해 여성들을 짚어주는 2부,현미경으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내 몸 구석구석 살펴보는 3부,그리고 다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사회속의 생활 4부까지…단순히 현실만 지적하며 앞으로 얼마나 절망적인 미래만이 남았는지문제만 열거했다면 읽는 내내 공포에 둘러 쌓였을 것이다.이 책은 15명의 저자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론을 언급하며원인을 들여다보고 다정하게 함께 나아가자고 손을 내민다.제목대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도피와 망각은 허상 위를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현 상황을 직시하되 바로, 여기에서의 거주를 마음에 두고서투르게라도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수채화같은 표지에 '여름의 귤'이라는계절감과 어울리지 않는 과실을 살포시 권유하는 제목과 달리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세계는 메타버스 세계이다.주인공은 형의 부재를 통해 오히려 형의 세계에 더 관심을 갖고 점점 그 안으로 발을 들이는데그 안에서 각자가 기억하는 형과 마주하게 된다.메타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는 책을 읽는 내내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이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습기를 머금은 무거운 공기속에서 빛이 번져가는 노을 같기도 산뜻하게 안개가 걷힌 맑은 하늘같기도 한 글을 아련한 마음과 함께 읽어 내려갔다.어느 순간부터 제3의 세계에서의 관계를 형성하며 내자신을 아바타화 하여 비춰지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 되었다.이미 성인이 된 후 스마트폰을 쥐게 된 내 세대와 달리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스마트폰이 존재하던 세대가 받아들이는 이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다.메타버스 속의 그리움을 찾아 부재하는 이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 속 이야기로 와닿을 수도 있을 듯하다.사진이나 영상속의 이를 추억할 수록아이러니하게 짙어져가는 그리움이 시큼하면서도 달큰하게 풍기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