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은 소설가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책을 소설로 먼저 접한 게 아니라
심리학과 관련한 글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상담 혹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내게
카톨릭대에서 상담대학원을 다니는 아랫층 후배 신랑이
건네 준 책이 <천 개의 공감>이었다.
읽기 쉽지 않을 거라던 말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책 한 권에 담음직한 무게의 내용이어서
나는 도입 부분만 읽고서도 마음이 지쳐 버렸다.
그렇게 책장에 꽂아둔 책은 아직도 그대로다.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면
차근차근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이 책을 주문하고 읽으면서도 살짝 긴장됐다.
작가의 호흡, 감정, 무게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읽게 될 것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은 김형경 씨의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산 책이 33쇄면 한번 찍을 때 천 부를 찍었다해도 3만명이 넘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다는 건데
도대체 어떤 마음들로 읽었을까...
이 책에선 우리들의 기본 감정
-무의식, 사랑, 대상선택, 분노, 우울, 불안, 공포-들과
선댁된 생존법들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분열, 투사, 회피, 동일시, 콤플렉스-들
그리고 긍정적인 가치들
-자기애, 자기 존중, 몸 사랑, 에로스, 뻔뻔하게, 친절, 인정과 지지,
공감, 용기, 변화, 자기 실현- 등을 다룬다.
여행 중 단상을 적어가다 작가는
우리 안의 숨어 있는 어떤 속성들을 슬슬 끄집어내어
아주 끝까지 분석해준다.
글을 다루는 솜씨는 부드러운 듯하나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성적이고 조금은 매몰차다.
어떤 것을 우리의 환상을 깨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모르고 살면
더 편할 것 같은데
작가는 정직하게 파헤친다.
어떻게 보면 나도 작가와 비슷한 자기 분석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라
그 패턴이 낯설지 않았지만
솔직히 읽는 동안 힘은 들었다.
내가 기존에 나의 감정 혹은 내면을 50% 정도 분석하고
그냥 그 자리에 퍼져 앉아 있었다면
김형경 씨는 지치지 않고 더 앞으로 척척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글이 어렵게 씌여있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 책을 몇 번 들었다 놨다
다른 책도 읽었다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막간에 골라 읽는 책은 마음의 피로도가 덜한 술술 읽히는 책을 골랐다.
연달아 읽기에는 내 마음이 조금 지쳐 있는 이유로
살짝 쉰 후에
나는 김형경의 모든 책을 아주 싹 다 읽어볼 참이다.
그리고는 나도 김형경 씨처럼
내 마음의 끝까지 척척 걸어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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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와 화평이 만나는 방(http://blog.daum.net/imbeing/?t__nil_login=myblog)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