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프들- 궁상스런 감상문 1좋은 책이다. 속에 깊이 들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걸 보니. 나는 어릴 적에 항상 서진이였다. 줄 게 없어서 얻어만 먹었다. 내게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준 배프들이 있었다는 게 고맙다. 갚지 못하면 이리 오래 남아있다. 쫑이에겐 어쨌든 갚았다. 크게 갚았고 약간의 원망도 남아있긴 하지만 그조차 오래 된 일이다. 쫑이네 어머니는 반찬가게를 하셨다. 마당 넓은 그 애 집에 가서 숙제를 하고 둘이 앉아 저녁을 먹었다. 반찬이 좋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물론 더 좋은 건 티비였다. 넓은 집에 방은 많고 사람은 적었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만난 쫑이는 어릴 적 미소와 웃음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주름만 깊어졌었다. 수는 지금도 그립다. 언제 소식이 끊겼는지 모르겠다. 거의 매일 자전거를 빌려 타고 놀았다. 4학년 때였고, 용돈 한 번 받은 적 없는 나를 위해 그가 다 비용을 댔고, 그래서 자전거를 배웠으며 나는 겨우 친구로 살았다. 호떡집 엽이에게도 몇 번 호떡을 얻어 먹었다. 그것도 수가 엽이랑 친했던 덕이다. 코미디언 같이 말을 웃기게 하고 표정도 재밌었다. 싸움 젤 잘 할 것 같았던 아이(콩이)와도 복싱글러브를 끼고 맞짱 떴었다. 꽤 큰 운동장 이벤트에서 수를 응원하던 내 가슴도 컸지만 실제 밖으로 목소리를 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해 겨울 나는 화상사고로 일주일 이상 등교하지 못했다. 그렇게 멀어진 것인가. 이 책과 같은 떡볶이는 누구랑 먹었던 건지 전혀 모르겠다. 비가 와서 였을까 학교 앞 분식집, 그러나 제대로 먹을 형편이 아니었다. 찔끔 먹고는 입맛을 다시는 우리의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옆 테이블에 있던 누나가 우리에게 한 접시를 시켜줬다. 저절로 환호성을 올렸다. 누군지 모른다. 이름을 물을 교양도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는 크게 했던 것 같다. 작지만 큰 선물이다. 그 누나는 아직도 천사다. 어찌 그 나이에 다른 이를 챙긴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진하고 달콤한 떡볶이였다. 골뱅이와 홍합을 초장에 찍어 먹어 본 것은 목이 덕분이다. 후문 앞 골목길에 포장마차가 생겼고 거기서 옷핀을 펼친 꼬치로 따끈하게 데친 그 해물을 찍어 먹었다. 국물도 여러 모금 들이켰다. 한 번인지 여러 번인지 알 수 없으나 너무도 생생하다. 조용하지만 약간 높은 목소리를 가진 목이는 키도 크고 예쁘장했다. 아마 그 길로 <용쟁호투>를 보러 갔을 것이다. 이소룡을 만나게 해 준 친구다. 혹시 지금도 그런 아이에게 배프가 되고 싶다. 서울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작은 것도 소중하고 기쁘게 받아 줄, 그리하여 평생의 기억으로 삼고 감사할, 가진 게 없는 아이. 꽃동네나 월드비전을 통해 그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사진 속의 그 아이들은 나보다 더 순박해 보인다. 나를 돌봐주고 사랑해 준 배프들을 만나면 좋겠다. 그 시절 각자 떠돌면서 모른 체하고 지낸 우리 남매에게도 배프가 되어야겠다. 그 시절 굶주렸던 노땅들에게 안주 좋은 집에 데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