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저택의 상속자 북멘토 가치동화 36
서은혜 지음, 정경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학년 #카니발니즘 #★★★
#도깨비 #고양이


 비밀이라는 말 속에는 숨겨진 진실과 감춰진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호기심의 충동과 자극이 있다. 탐정(추리)소설이 인기있는 이유와 같다. 제목에 '비밀'을 달고 있는 이야기는 많다. 이렇게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방법은 흔하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제목은 어떤 이야기의 가장 짧은 요약이자 주제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가 간단하므로 가장 쉬운 길을 택하자는 것이다. 제목에 '비밀'이라는 말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말썽만 피우던 보름이가 보육원에서 탈출하던 날, 상속자로 지명되어 가는데, 그 곳은 도깨비 (독애비 篤愛備, 두터운 사랑을 갖춘) 저택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정체를 알아보는 능력이 보름이에게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장의 탐욕을 응징하고 도망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지능력은 그 자체로 불안하다. 나쁜 비밀을 알기만 하고 그에 대처할 힘이나 방법이 없을 때에는 절망하고  괴롭다. 나쁜 정체를 숨기고자 하는 세력에겐 탄로가 절대 반가울 수 없기에, 위협하고 격리하며 존재의 제거까지 시도하게 된다.  보름이의 능력은 위험하다.



 정작 보름이에게 주어진 사명은 도깨비 사냥꾼 일당을 밝혀내고 그들로부터 도깨비를 보호하는 일이다. (도깨비들은 꿈 속에서부터 자신을 드러냈고,  첫 날 온갖 사정을 다 밝힌다. 적과 아군의 구별은 이제보면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이다. ) 그렇다, 그것은 보름동안 생각하고 결정할 일이지만 이미 주어졌다. 마치 외디푸스에게 내려진 저주의 예언 같다. 하필 그런 운명이 왜 보름이에게 주어졌을까? 



 보름이는 고아다. 부모의 존재도, 사랑도 결핍되었다. 애정이 없기에 다른 욕구(소속욕과 자아실현 욕구단계)는 필요없다. 거지라고 놀리는 학교 친구들을 미워하지도 않는다. 기본 욕구조차 늘 부족하기에 그는 새로운 공간과 부모처럼 관심을 주는 존재를 꿈꿨다. 실제하지 않는, 실재하지 않을 것, 즉 도깨비들을 그가 욕망한 것이다. (욕망은 이뤄지지 않는, 결여다.) 그의 결핍과 결여가 도깨비를 원했다. 그의 사명은 그의 운명이고, 그는 외디프스다. 


 외디프스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자기 운명대로 산다. 알아도 그렇게 살게 되지만 말이다. 아니, 오히려 예언을 아는 바람에 예언을 실행한다. 보름이는 자신도 모르게 도깨비 사냥꾼을 저택으로 끌어들였고 도깨비는 몰살 위기에 처한다. 모르고 한 일이 운명이 된다. 그는 도깨비를 구하고 상속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미 선택한 일을 나중에 결정했을 뿐이다. 이것은 승인이다. 우리는 우리 삶을 나중에 승인한다. 승인해야 삶을 긍정한다. 그것은 이미 주어진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생명의 상속자이고 자기 운명에 책임져야 할 유일한 존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06-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상속자 운명의 책임져야 할 유일한 존재!!
밑줄 긋고 갑니다

후저어써 2021-06-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해 주시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