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실종 사건 - 제5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7
정현정 지음, 신민재 그림 / 살림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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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의 모티브가 현대의 동화에 그대로 적용되면 흥미로울까?


항아리에 빠졌던 옹고집이 둘이 되는 바람에 진짜 옹고집이 쫓겨난다는 가짜분신 모티프가 <그림자 실종 사건>의 중심이다. 손톱을 밤에 깎지말라는 속담과 그 튄 조각을 (제대로 모아 버리지 못하면) 쥐가 먹고 손톱 주인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민담이랑 연결된다. 옹고집이 겪는 봉변의 원인이 개인의 성품이라 할 수 있는 욕심이라면 동화 속 아이들의 원인은 좀 다르다. 개인의 내면적 고민과 갈등이기보다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다. 옹고집 개인의 반성과 개과천선이 옛 이야기의 주제였다면 이 동화가 바라는 것은 역시 그와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의 동화에 적용된 민담의 모티프는 흥미롭다.



동화 속의 당사자들은 손톱을 물어 뜯는 아이들이다. 이들의 행위는 단순 욕구불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읽지 않으면 모두 뭉그러질, 너무도 많이 거론되어 익숙해진, 이른바 한부모 가정의 '결손' 탓이다. (필자의 경우, 최근 경험한 실제의 한 교실에선 두서너 명이 해당될 뿐이라 학급에서 함께 읽기 할 경우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걱정스럽다. 자칫 해당 아이들을 주눅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환경적 요인과 아이의 문제를 자연스레 결부시키는 것은 작가와 독자 일반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게으름일 수 있다. 토속 신앙과 자연력이 지배적인, 동화의 공간, 즉 시골로 가기 위한 장치인데, 언뜻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고로 인한 아빠의 부재와 엄마의 불안한 건강 등이 주인공 연우의 배경이다. 도시에서 밀려나게 된 가난도 한몫한다.


시골에서의 첫날 밤, 연우는 도깨비불을 본다. 조력자로서, 도깨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간과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인 송미는 고양이 친친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정체도 흥미롭다. 솥뚜껑 골짜기에서 변신쥐들과 벌이는 전투가 절정을 이룬다. 할 일없던 잠 도깨비(기괴하고 코믹한 말과 행동 때문에 매우 그로테스크하다.)가 신나서 자기 존재가치를 발휘한다. 이러한 괴물들이 피해 어린이들을 돕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톱 물어 뜯는 불안한 아이들이지만 자신의 애정과 관심은 잃지 않았다. 처지가 곤란하다 하여 진흙탕 속에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동병상련으로, 무시당하여 외로운 주변의 존재들에게 무심하지 않는다. 그런 관심과 돌봄이 자신을 도운 것이다. 사랑은 돌고 돌아 커다랗게 제자리로 온다.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는 결말. 그것은 실종되었던 그림자의 제자리로의 복귀이다. 그림자는 모든 존재에게 존재한다. 모두는 자신만큼의 그늘이 진다. 나의 존재함이 내 탓이 아니듯 모든 그늘은 탓할 일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그늘도 애매해 보이지만 마찬가지다. 아비도 어미도 모두 제 그늘이 있는 것이다. 그들도 때로 버겁다. (초반의 억지스러움을 만회하는, 태환의 부모가 돌아오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기에 그 수용은 더욱 힘들다. '너도 그렇다' 라고 연우와 송미에게 말해주는 동화다. 다만 그 그늘의 크기를 과장하진 말아야 한다고, 먼 시선으로 늘리진 말아야 한다고, 따가운 시선으로 그늘을 짙게 할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랑으로 사랑해야 사람 속에 살아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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