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수없이 다치며 젊은이를 향해 간다. 같은 방식으로 다쳐도 언젠가는 울지 않을 것이다. (중략) 젊은이는 어린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튼튼해진다. - P174

세 개의 책상을 둘러본 뒤 생각한다.
역시 다들 이상하구나……… 나처럼 말이다.
모두가 조금씩 집요하고 우스꽝스러운 구석을 지녔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한다. 책 만드는 자들은 어떤 결벽과강박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교정교열과 윤문과 조판과 편집이 그런 작업이다. 텍스트의 오류를 제거하는 일 역시 극도로 치밀한 집착을 필요로 한다. 애초에 직육면체 모양의물성에 매달리고 그 안에서 최고를 추구한다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 P199

자신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존재들 때문에 작가는 겨우 쓴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잘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우리 안에 태동했을 것이다.
어린이가 미지의 어른을 품고 자라나듯, 어른도 지나간 어린이를 품은 채로 살아간다. 어쩌면 유년은 영원히 반복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글의 빈틈을 언제나 찾아내고 메꿔주는 엄격한 편집자들, 나보다 한 세대 앞서 생을겪어온 베테랑 편집자들도 예전엔 콧물 흘리는 어린이였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엄청나게 웃기고 애틋한 마음이 된다.
한때 어린이였던 우리가 모여 책을 만든다. 각자의 고집대로 정돈한 책상 위에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마침표나 쉼표 하나에 매달리며 일한다. 종이책 읽는 독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 시대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늘 최고의 책이다. 책을 만드는 우리의 마음속엔 어린이도 있고 할머니도 있다. - P203

"제안을 하나 드립니다. 약간 느슨한 협회를 만드는 거예요. 삶이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의 모임. 그런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상황을 얘기해보면 어떨까. (…) 세상의 모든일루수한테 마음을 조금 보내주는 거죠. 마음을 조금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이어도 그 사람이 처한 상항을 서로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은 인생을 감당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알고 보면 모두 각자의 삶에서 일루수다. -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