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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 책사랑과 삶사랑을 기록한 열두 해 도서관 일기
최종규 글.사진,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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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따뜻해해 떨어지고 바람 찬 저녁에 큰아이하고 책숲집에 갑니다. 책숲집 및간에서 큰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열쇠가 안 보인다는군요. 어디에서 떨어뜨렸나 봅니다. 아이들은 열쇠뿐 아니라 다른 어느 것도 주어니나 가방에 넣기보다는 손에 쥐기를 좋아해요. 어쩌면 손으로 느끼고 싶을 수 있고, 아이가 맡은 몫을 제 손으로 꼬옥 쥐면서 지키고 싶을 수 있어요. 돌이키면 저도 어릴 적에 주머니나 가방에 안 넣고 손에 꼬옥 쥐다가 얼결에 떨어뜨려서 곧잘 잃었지 싶어요. 풀밭이든 길바닥이든 어디에 떨어뜨려서 잃은 열쇠는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새로 열쇠를 가져와서 문을 땁니다. 열쇠를 하나잃었으니 자물쇠를 바꾸기로 합니다. "우리가 열쇠를 하나 잃었지?"
"응." "그러면 잃은 열쇠는 그만 잊고 자물쇠를 새로 하면 돼." 바람이 찬 저녁에 책숲집에 들어오니 큰아이가 새삼스레 한마디 합니다.
"와, 우리 도서관에 들어오니까 따뜻하다." 한데에 있다가 들어와서따뜻할 수도 있지만, 가만보면, 폐교에 깃든 우리 책숲집은 그동안겨울에 난방을 딱히 안 했어도 퍽 따뜻했습니다. 어떤 기운이 있어서따뜻할까요. 어쩌면 벽을 빙 둘러 책꽂이를 들이고 책을 빼곡하게 꽂았기에 어느 만큼 따순 기운이 감돌는지 모릅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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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 책사랑과 삶사랑을 기록한 열두 해 도서관 일기
최종규 글.사진, 사름벼리 그림 / 스토리닷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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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17 큰 나무와 배움길곁님은 다시 배움길에 나선다. 도서관 연간 임대료는 고향 동무한테서 돈을 빌리기도 했고,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이 도와주시기도 해서잘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곁님이 배움길에 나서면서 드는 배움삯은아직 댈 길이 없어서 빚을 진다. 살림돈이 없으면서도 어떻게 빚을 - P137

지면서 곁님을 배움길에 보낼 수 있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먹고살기도 팍팍하면서 어째 빚을 져서 ‘아이 어머니가 배움길에 가도록 하느냐‘ 하고 물을 만하다. 나는 생각한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도록 온힘을 쏟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곁님도 아이들도 나도 모두 같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그야말로 홀가분하게 배움길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무엇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아주 마땅히 빚을 지든 돈을 빌리든 해서 배움삯을 치를 테지. 이는 곁님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 어머니‘라고 하는 ‘아줌마‘가 뒤늦게 배움길에 나서는 일을 그리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아이를낳은 어머니는 아이한테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만 여기기 일쑤이다. 그러면 아이 아버지는 무엇을 하지? 아이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놓으면 될까? 아버지가 배우면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피고, 어머니가배우면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기쁘게 배움길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결 무르익고 철이 든 숨결로 아이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테니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어버이 스스로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서 아이를 가르치거나 보살필 수 없다. 어버이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몸짓일 때에 비로소 아이를 가르치거나 돌볼 만하다. 아직 다리가 성하지 않으나 아주 천천히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
숨을 가만히 그러모아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앞장서서 달린다. 저 앞에서 "아버지가 아주 작아졌어!" 하고 외치더니 나한테 달려온다. 이러다가 다시 저 앞으로 달려간다. 200미터를 걷는데에도 땀이 흐르고 오른무릎이 결리다.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럽다.
도서관에 닿아서 한참 드러누워 다리를 쉰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해야 - P138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아니면 이렇게 날마다 조금씩 걷고 쉬기를 되풀이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잘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은 내 몸한테 다리가 걸려서 이렇게 드러누워 쉬어 주어야 하더라도 ‘걷자! 걷고 또 걷자!‘ 하고 외친다. 무척 오랫동안 폐교 둘레에서 자란 큰 나무를 본다. 죽은 나무가 아니었으나 밑둥이 잘려서 구르는 나무를 본다. 장작을 패면 아주 많이 나오겠지. 아마 책상까지 짤 만하리라. 옛날에는 이보다 더 굵게 나무가 자라도록 해서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았으리라. 이 나무가 잘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훨씬아름다웠을 텐데, 잘린 나무는 잘린 대로 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새 나무를 심으면 된다. 우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언제나 새롭게배우는 사람이듯이, 나무도 새로 자라도록 가꾸면 되고, 우리 집이 비록 아직 많이 어설프더라도 앞으로 싱그러운 숲집이 되도록 보듬으면 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잘 달리고 뛰면서 웃고 노래하는 아이들이그야말로 사랑스럽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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