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연인들

1997년, 관광버스에서 어린 내가 자다 깨다 한다. 버스는 고갯길을 넘느라 좌로 쏠리고 우로 쏠리며 덜컹대는 중이다. 그것도 모르고 남동생은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잔다.
말똥말똥 차창 밖을 바라보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2인용좌석에 엄마하고 나하고 동생이 나란히 앉을 수 있을 만큼 우리 남매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엄만 왜 안 잘까. 차를오래 탔는데 졸리지도 않나. 영월에 다와 가서 그랬다는걸 이제는 안다. - P73

진정한 일꾼들은 늘 소리 없이 많은 일을 끝내놓는다. 엄살도 생색도 없이 다음 일을 향해 간다. - P78

몇 번의 밤이 지나고, 모든 휴가가 그렇듯 나의 휴가도 금세 끝나버린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다시 넘는다. 유일한 것이 너무 드문 서울로, 뭐가 최고인지 결코 알 수 없는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안녕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해 간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모부에게, 헤어질 연인에게, 새롭게사랑하게 될 연인에게 우리 앞엔 아름답고 험준한 세월의 강이 펼쳐져 있다. 그 강을 오래오래 안녕히 건너가기를 바라는 봄이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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