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작가님이 결혼을 할까? 아이를 낳을까? 엄마가 될까? 그런 게 너무 궁금해요, 나는"
사람들이 웃고 나도 웃는다.
그런 질문을 삼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한테 장난스레 여쭤본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어요?"
할머니는 설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작가님이 꼭 결혼하면 좋겠어요. 애도 낳고요. 그럼또 얼마나 삶이 달라지겠어요? 그럼 또 얼마나 이야기가 생겨나겠어요? 나는요. 계속 달라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나는 눈시울이 벌게져버린다. 절벽 같은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다는 게얼마나 덜컹이는 일인지를 곱씹으면서도, 누가 내 얘기를그렇게 오래오래 듣고 싶어 한다는 게 너무 고마워서.
다음 이야기가 무엇인지 할머니도 나도 모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할머니의 백발과 나의 흑발이 동시에 살랑인다. 건물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무대에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 P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