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작가님이 결혼을 할까? 아이를 낳을까? 엄마가 될까? 그런 게 너무 궁금해요, 나는"
사람들이 웃고 나도 웃는다.
그런 질문을 삼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한테 장난스레 여쭤본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어요?"
할머니는 설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작가님이 꼭 결혼하면 좋겠어요. 애도 낳고요. 그럼또 얼마나 삶이 달라지겠어요? 그럼 또 얼마나 이야기가 생겨나겠어요? 나는요. 계속 달라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나는 눈시울이 벌게져버린다. 절벽 같은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다는 게얼마나 덜컹이는 일인지를 곱씹으면서도, 누가 내 얘기를그렇게 오래오래 듣고 싶어 한다는 게 너무 고마워서.

다음 이야기가 무엇인지 할머니도 나도 모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할머니의 백발과 나의 흑발이 동시에 살랑인다. 건물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무대에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 P2829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눈물 대신하품이났다. 친구의 사정은 슬펐지만.....… 슬픔도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 P34

내게 반해버린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 남의 힘을 빌려서겨우 자신을 사랑하는 일. 그런 구원이 좋은 연애에서는 일어난다. - P35

우리는 키스 얘기를 하면서 걷는다.
키스하는 삶이 키스 안 하는 삶보다는 대체로 낫다고 믿으면서. 하품하는친구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대체로 낫다고 믿으면서.
그러나 아무래도 빚 같은 건 없는 게 좋다고 믿으면서………
살아가다 보면 친구가 볕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할날도 올 것이다. 그럼 귀한 나무를 다시 친구에게 돌려줄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는 표정이 없지만 다 알 테다.
못 본사이 친구의 영혼에 어떤 주름과 구김이 만들어졌는지.

그날이 올 때까지 친구도 나도 나무도 살았으면 좋겠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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