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8 놀이짓저는 어릴 적에 ‘짓‘이라는 말을 썩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어른들은 으레 아이들이 하는 ‘일‘을 그냥 ‘짓‘이라고 싹둑 잘랐어요. 이러다보니 저는 ‘짓‘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낱말이 그리 내키지 않았고, 이 ‘짓‘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옅었습니다. 이러다가 ‘손짓·눈짓‘ 같은 낱말을 새롭게 헤아렸습니다. 발짓이나 글짓이나 말짓이나 춤짓 같은 말이 어느새 떠올랐어요. 몸짓이며 손가락짓에 발가락짓까지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저한테는 어린 나날이 끝났으나 우리아이들한테는 오늘이 바로 어린 나날인 터라, 우리 아이들한테 ‘짓‘이란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일을 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낸다는 뜻을 제대로 짚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때때로 놀고, 때때로 놀이짓을 합니다. 우리 어른도 때때로 일하고, 때때로 일짓을 할 테지요. 이 ‘짓‘은 ‘짓다‘라는 낱말하고도 이어져요. 지음이 지은이 같은 낱말을 떠올립니다. ‘짓님‘이나 ‘짓벗‘ 같은 말을 문득 혀에 없습니다. 함께 짓는길에서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
2016.10.9 전기를 놓다한글날이라 하고 일요일이라 하던 날, ‘도서관학교 숲노래‘에 전기가 들어옵니다. 이웃지기님이 도와주어서 이제 우리 도서관학교에서도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2011년 여름에 전남 고흥으로 옮겨 자리를 잡은 뒤 이제껏 전기를 쓰지 못하던 살림이었는데, 여섯 해 만에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이제는 햇빛이 들지 않아도 도서관학교를 열수 있어요. 전기를 쓸 수 있으니, 도서관학교 한쪽에 셈틀을 놓을 수있지요. 선풍기라든지 전기난로를 놓을 수도 있고요. 아, 전기주전자를 놓아 물을 끓여서 책손님한테 차 한 잔을 드릴 수도 있네요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세 곱이나 많이 모과를 따서 모과차를 담가 놓았으니 겨우내 모과차를 한 잔씩 드릴 수 있겠군요. 곧 전등갓하고 영향등을 장만해서 달 생각입니다. 전등갓하고 형광등 값이 그리 많이지는 않겠지요? 교실 두 칸하고 골마루에 달아야 하니 꽤 많이 장로하기는 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큰길부터 도서관 문간까지 그동안어 놓은 풀은 나날이 잘 마르면서 ‘걸어서 들어오는 길‘다운 티가금 납니다. 바닥돌을 놓을까 싶다가도, 마른풀하고 흙을 밟는 느낌 훨씬 좋기에 - P106
2016.8.28 어느 날 문득배우면서 쑥쑥 자랍니다. 재미나게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한 가지신나게 놀다가 어느 날 문득 한 가지를 배웁니다. 한가지를 새롭게를 익힙니다. 한 가지를 새롭게 익히면서 씩씩하게 자랍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다가 스스로 문득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들은 재미나게 일하다가 어느 날 문득 한 가지를 익히면서 큽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늘 새롭게 자랍니다. 아버지 자전거를 밀면서 노는 작은아이가 어느새 자전거 키를 넘습니다. 제법 자랐구나. 작은아이는 요즈음 들어서 "나도 벼리(누나)가 앉는 자전거에 앉아 보고 싶어." 하고얘기합니다. 이제 키가 자랐으니 발이 닿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작은아이는 우리 도서관 곳곳에 있는 골판종이를 낑낑거리며 날라서 뭔가를 짓습니다. 놀이집을 짓고, 자동차가 지나갈 길을 짓습니다. 기다란 골판종이를 네모낳게 꺾어서 몸을 사이에 넣어서 웅크립니다. 숨기놀이를 스스로 지어냅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을 보다가 이 아이들이 어버이한테 얼마나 기쁜 배움을 새롭게 일깨우는가 하고 느낍
니다. 나도 이 아이들이 어느 날 문득 기쁘며 새롭고 재미난 배움을새롭게 일깨워 주는 어버이 자리에 설 수 있어야겠지요. 도서관을 슬그머니 드나드는 사마귀 한 마리를 풀밭으로 옮겨 줍니다. 2016.8.4 글 한 줄도서관에 찾아온 이웃님이 책 한 권을 사 줍니다. 나는 책 안쪽에 글한 줄을 적어서 드립니다. 우리 도서관에 찾아와서 책을 사 주는 분들은 도서관 살림을 북돋아 줍니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분들도 도서관 살림을 살찌워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바람을 떠올리고 꿈을 그리면서 글 한 줄을 적어 봅니다. 내 마음에서 피어날 수있는 사랑을 글로 옮겨 봅니다. 글 한 줄에 바람을, 글 두 줄에 햇볕을, 글 석 줄에 꽃송이를, 글 넉 줄에 풀내음을, 글 닷 줄에 풀벌레 노래를, 글 여섯 줄에 냇물 소리를, 글 일곱 줄에 바다를, 글 여덟 줄에흙 한줌을 실어 봅니다. - P109
다. 큰아이는 뛰놀기 ·그림그리기 책읽기 • 흙놀이 · 이야기, 이 다섯가지를 바탕으로 다른 여러 가지 놀이를 해야 하루를 잘 보냈다고 여깁니다. 큰아이가 얌전히 책을 읽는 모습을 문득문득 바라보다가 생각해 봅니다. 나는 하루 동안 무엇을 하면 하루를 잘 보냈다고 여길만한가 하고. - P121
2016.1.14 놀수 있는 마음놀 수 있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놀 수 있는 숨결이면 싱그럽습니다. 놀 수 있는 생각이면 짙푸릅니다. 놀 수 있는 사랑이면 따스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늘 느끼면서 살았습니다. 아이들을 곁에 두고살며 언제나 이 대목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가장 자주 하는 말은 "함께 놀자!" 입니다. 아이들은 놀고 싶은 넋이고,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려는 숨결이요,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려는SYTEL. FIFW
2016.1.2 한걸음씩이제껏 어떤 몸짓으로 살았는가 하고 돌아보면 늘 ‘한걸음씩‘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몸짓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제부터 한걸음씩 내딛는 몸짓으로만 그치지 말고 ‘한걸음에 온마음을 ‘쏟는 몸짓‘으로 거듭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딛는 한걸음으로그치지 말고, 걸음 하나에 온마음을 쏟고 온힘을 기울이며 온사랑을담을 수 있는 걸음걸이가 되자고 생각한다. - P129
2014.4.5 묵은 신문 들추기살림집과 도서관을 시골로 옮기며 우리 식구가 품은 꿈 가운데 하나는, 우리 도서관에 찾아오는 책손이 ‘풀밭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쉬도록 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나무로 짠 좋은 책걸상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고, 풀밭이나 나무그늘 맨땅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다. 책은 내려놓고 풀밭에서 뒹굴며 바람을 쐬어도 좋다. 풀노래를 듣고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 노래를 가만히 들어도 좋다. 책이란 무엇인가. 지식이나 정보를 담아야 책이겠는가. 삶을 노래할 때에 책이요, 책을 이야기할 적에책이며, 삶을 사랑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책이다. - P194
듯하다면 다섯 살 어린이 키높이로 자란 조그마한 나무를 심어서 돌보면 된다. 나무는 참 빠르게 자란다. 다섯 해쯤 기다리면 된다. 다섯해쯤 기다리는 동안 나무가 자라고, 나무 둘레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살아나고 풀밭이 살아난다. 나무가 해마다 내놓는 가랑잎을 먹으면서 흙이 새롭게 깨어난다. 빈터에서 퍼지는 풀이 뿌리를 내리고 널리 퍼지면서 흙이 깨어나도록 북돋운다. 풀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차근차근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난다. 다섯 해가 지나고 열 해가되면, 더할 나위 없이 빛나고 눈부신 숲이 되고, 열다섯 해를 지나스무 해가 되면, 도서관숲 둘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확 트이고 시원할 수 있는 ‘사랑터‘ 로 자리잡는다. 스무 해는 어떤 시간인가? 갓 태어난 아기가 어른이되는 나날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숲을 가꾼다고 할 적에는, 아기를 돌보아 스스로 우뚝 서는 씩씩하고 예쁜 젊은이가 되도록 보듬는 땀방울과 손길을 들인다고 할 만하다. 도서관에 갖출 책을 생각해 본다. 돈이 있으면 만 권 십만 권 백만 권 갖추기가 우습지 않다. 그런데, 돈을 들여 책을 한꺼번에 잔뜩 갖추면 훌륭한 도서관이 될까? 아니다. 돈을 들여 살 수 있는 책은 ‘새책방에 있는 책‘뿐이다. 아름답고 훌륭하다지만 판이 끊어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잘 생각해야 한다. 도서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대여점이 아니다.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니다. 대여점이나 공부방이 할 몫을 도서관이 맡을 일이 아니다. 도서관이 도서관답게 뿌리를 내리자면, 새로 나오는 책 못지않게 ‘사라진 책을 알뜰살뜰 찾아내어 꾸준히 갖추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지키는 도서관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돌보는‘ 자리가 도서관이 될 때에 아름다운 책터가 된다. 우리 네 식구196 - P196
2013.3.8 우체국 가는 길봄날이지만 오늘은 바람이 모질게 분다. 맞바람 드세다. 그래, 마지막모진 바람이겠거니 여기며 자전거를 달린다. 등판에 땀이 후출근하게 흐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는 "아버지 힘들어요? 아버지 왜 힘들어요?" 하고 묻는다. 모르니까 묻겠지. 그래, 너 스스로 더 자라고 더 자라서 네 자전거를 네 힘으로 달려봐, 게다가, 네 자전거 뒤에 아버지랑 어머니를 수레에 앉혀 태우고 달려 봐. 그러면 알 테니까. 입으로이야기를 해 준들 알겠니. 사진으로 보여준들 알겠니. 누구나 삶으로겪으면서 마음 깊이 아로새길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구름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본다. 햇살조각 드리우는 논과 밭을 바라본다. 멧봉우리를 바라본다. 마을을 바라본다. 자동차 거의 안 다니는 호젓한시골길 달리면서 큰아이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맞바람만 아니라면 아버지도 노래를 하겠는데, 그러다 문득, 맞바람 치더라도 노래는 노래대로 하면 되잖니,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불러 본다. 그런데 큰아이가 아버지는 부르지 말란다. 큰아이 제가 부를 테니까 아버지는 조용히 듣기만 하란다. 쳇. 너만 혼자 신나게 부르면 되니? 같이 좀 부르자고,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간다. 우체국까지 가는 길이나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나, 시골길은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된다. 봄이 되어 봄새 울음소리 온 들판과 마을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 P223
2013.2.4 스스로 즐기는 책책은 스스로 즐긴다. 남이 즐겨 줄 수 없는 책이다. 책은 스스로 읽는다. 남이 읽어 줄 수 없는 책이다.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삶을 누리도록 북돋우는 책이다. 스스로 읽으며 스스로 삶을 빛내도록 이끄는 책이다. 어느 한 사람이 온누리 모든 종이책을 읽을 수 없다. 이제껏 나온 책을 다 읽어치운다 하더라도, 다 읽어치우고 나기 무섭게, 새로운책이 또 나오니까, 다 읽어치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숨을 거두고 나면, 온누리 모든 종이책을 못 읽고 만다. 도서관은 모든 책을 건사할 수없다. 게다가, 도서관은 모든 책을 건사할 까닭이 없다. 도서관답게갖출 책을 갖추면 된다. 아마 한 군데쯤, 웬만한 책을 다 갖추려 애쓰는 도서관이 있어도 되리라. 그렇지만, 한 군데쯤 빼놓고는, 도서관이라 할 때에는, 사람들이 즐겁게 읽으며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북돋우거나 돕거나 이끌거나 가르칠 만한 책을 알맞게 갖추어야 한다고 느낀다. 때로는, 이 사람이 바라고 저 사람이 바라는 책을 도서관에 둘수 있으리라. 그러나, 도서관이라 한다면, 사람들이 바라는 책을 갖추기 앞서, 사람들이 챙겨 읽을 만한 책을 갖추어야 올바르리라 느낀다. 도서관은 대여점이 아니다. 도서관은 복지센터가 아니다. 도서관은어느 한 갈래나 여러 갈래에 걸쳐 삶을 북돋우는 책을 갖추는 자리이다. 사람들 스스로 바라는 책은 사람들 스스로 사서 읽으면 된다. 사람들 스스로 바라는 책은 이녁 스스로 사서 읽은 다음, 도서관에 ‘기 ‘부‘하면 된다. 도서관 사서가 왜 있는가 하면, 도서관이 도서관답게이어가도록 ‘도서관에서 갖출 책을 꼼꼼히 살피고 추리고 고르고 건
사하는 몫‘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사서는 공무원이 아니다. 도서관 사서는 ‘고객 접대에 온몸 바치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다. 도서관 사서는 ‘책을 고르는 이요, 도서관 사서는 ‘책을 알아내어 널리 나 ‘누는 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내 서재로 사진책도서관을 열면서 품은생각 하나는 이렇다. ‘나 스스로 사진삶 북돋우려면 어떠한 책을 읽고 갖추어 나눌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했다. 사진을 말하는 책을모두 갖추려 하지 않는다. 사진책을 몽땅 건사하려 하지 않는다. 삶을읽고 사랑을 읽으면서, 삶을 즐기고 사랑을 즐기는 길에 반가운 길동무와 같은 책 하나를 고맙게 돌보고 싶다. 2013.1.4 이야기를 싣는 책글을 쓸 때에는 이야기를 쓴다. 글솜씨나 글재주를 부리려고 글을 쓰지 않는다. 이야기가 있을 때에 글이 된다. 이야기가 있으면 그림도되고 만화도 되며, 춤과 노래도 된다. 이야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된다. 곧, 이야기를 찍을 때에 사진이요, 이야기를 찍는 사진을 그러모을 때에 사진책이 된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이야기를 찍는 사진이 드물다. 겉으로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습을 찍으려는 사진이 너무 많다. 멋스럽게 찍은 사진에 억지로 이름을 붙이려 하기 일쑤요, 보기 예쁘장하게 찍은 사진에 이래저래 토를 달곤 한다. 이야기를 찍지 못하니까, 어떤 사진장비를 쓰더라도 ‘사진 읽을 맛‘이 안 난다. 이야기를 찍지 못하기에, 제아무리 이름값 있거나 사진경력 길다 하더라도 ‘사진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야기는 삶에서 비롯한다.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이 스스로 사진으로 담는 이야기가 된다.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가 스스로 글로 적는 이야기가 되고, 스스로 빚으 - P226
며 나누는 삶이 스스로 그리는 그림이나 부르는 노래가 된다. 그러니까,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내 삶에서 나 스스로즐길 이야기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를내 삶에서 찾으면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은 ‘남이 안 찍는 모습을 찍는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내가 찍고 싶은 모습‘을 찍는 사진이다. 그러나, 적잖은 이론가나 전문가나 교수나 비평가는 자꾸 자르 ‘기‘와 ‘빼기‘를 말한다. 사진틀에 ‘모든 모습 다 넣으려 하지 말고, 무엇을 빼겠는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왜 ‘내 이야기를 사진에 담으셔요‘ 하고는 말을 못하고, 사진틀에 그럴듯한 모습 집어넣거나 빼는 데에 휘둘리도록 내몰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린대서 글이 엉터리이지 않다. 노래하는 사람이 가락이나 박자를 놓친들 ‘노래가 엉터리이지 않다. 우리는 기계를 바라지 않는다. 맞춤법 기계가 된대서 글이 읽을 만하지 않으며 문학이 되지 않는다. 가락과 박자 잘 맞추는 기계가 된대서 노래가 들을 만하지 않으며 예술이 되지않는다. 이야기를 담아서 쓰는 글이 되어야 읽을 만하다. 이야기를 실어 부르는 노래가 되어야 들을 만하다. 곧, 이야기를 살포시 싣는 사진이 되어야 사진이요, 이야기 있는 사진을 그러모을 때에 ‘사진책‘이라 말할 만하다. 추운 한겨울, 두 아이 데리고 서재도서관에 들른다. 작은아이가 몹시 졸려 하기에, 새로 장만한 책들을 서재도서관에 내려놓은 다음, 곧장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서재도서관에 갖다놓은 책은 다음에 다시 와서 갈무리하면 되지. 그러고 보니, 겨울이되어 춥다는 핑계로 요새 비질도 거의 안 하며 살았다. 다음에 들르면 비질부터 하고 책 갈무리를 해야겠다. - P227
하지만, 도서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가슴속 깊이 꿈을 사랑스레 품는 사람뿐이라고 느낀다. 2012.11.15 숲과 멧비둘기책은 무엇일까. 책은 삶을 사랑으로 빚은 이야기꾸러미이다. 삶을 사랑으로 빚은 이야기꾸러미를 아름드리 숲에서 어여쁜 나무를 베어얻은 종이에 담는다. 책 하나가 대단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책을 빚은 사람들 손길이랑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 숨결을 생각할 적에는참 즐겁다. 나는 책을 책 아닌 이야기동무로, 나무숨결로 여기며 마주한다. 도서관이라 할 때에는 바로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진 자리란 뜻이다. 내가 누리면서 나누고픈 서재도서관은 ‘사람들 사랑 어린 꿈‘과 ‘숲에서 자란 나무들 사랑 깃든 꿈‘이 만나는 자리로 보듬는다. 문닫은 지 제법 되어 거의 숲처럼 바뀐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에 깃든 도서관 창문을 열었더니 멧비둘기 한 마리 들어온다. 이곳에서 나무내음을 맡았니. 그러나 여기에는 네 먹이가 없단다. 조용히 날갯짓하며네 숲으로 돌아가렴. 다. 지금 - P236
2012.9.11 책과 놀이터도서관이란 책을 갖추는 곳이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책을읽는다. 어느 사람은 가벼운 읽을거리를 바라고, 어느 사람은 마음을다스리는 읽을거리를 바란다. 어느 사람은 돈벌이에 도움이 될 무언가를 바라고, 어느 사람은 지식이나 정보를 쌓기를 바란다. 사람들은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삶에 따라 책을 마주한다. 스스로 생각한 대로 살아가기에, 스스로 살아가는 결에 맞추어 책을 손에 쥔다. 스스로생각하는 삶결이 오직 돈벌이라면, 굳이 책이 찾아들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는 삶자리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면, 애써 책이스며들지 않는다. 흔히들 사람 있고 아이들 있는 데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무엇보다 숲이 있어야 한다고느낀다. 숲이 없으면서 도서관만 있다면, 이러한 곳은 책읽기를 못하고 싶읽기도 못하는 데라고 느낀다. 도서관을 세우려 한다면, 책을 갖출 건물만 지어서는 안 된다. 책을 둔 건물을 둘러싸고 조그맣게라도숲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책을 숲 한복판에 앉아서 읽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사람들한테 가장 모자란 한 가지라면, 도시나 시골이나 바로숲이라고 느낀다. 숲다운 숲이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짐승과 벌레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숲이 있어야 한다. 도토리가뿌리를 내리고 풀씨가 흩날리는 숲이 있어야 한다. 숲은 사람들 삶터를 살찌운다. 숲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놀이터가 된다. 숲에서 살고숲에서 놀며 숲에서 일하는 사이, 시나브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태어난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적에, 비로소 사람들은 스 - P239
2012.7.6 도서관 가는 길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면 어디에서라도 좋다. 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지 못할 때에는 어디에서라도 안 좋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나날이란, 아이가 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도록 곁에서 이끌거나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일이라고 느낀다. 차근차근 좋은 생각을 품으면서 잘 살아보자. 들길과 숲길 사이를 천천히 헤치면서 책누리에서도 예쁘게 놀 수 있게끔, 또 나부터 들길과 숲길과 책누리에서 예쁘게 노는 어른으로 살아갈 만하게끔, 마음을 곱게 잘 여미자. 한여름이 되어 서재도서관 가는 길은 풀밭 길이 된다.
도서관이니까 책이 있어야 할 테고, 이런저런 낡은 신문이 있어도 좋겠지. 그런데, 이런 책 저런 신문 못지않게, 나무가 있고 풀이 자라며꽃이 피어야 도서관다우리라 느낀다. 아무래도 가장 좋다 싶은 도서관은 숲이 아닐까. 가장 사랑스럽다 싶은 도서관은 어린이가 아닐까. 2012.5.30 마룻바닥에 누워서 놀아라도서관 바닥을 닦는다. 전기도 물도 쓸 수 없지만, 2008년에 첫째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할 적에 동사무소에서 선물이라며 주던 물휴지로 도서관 바닥을 닦는다. 우리 집은 아이들한테 물휴지를 안 쓴다. 여느 집에서는 갓난쟁이가 똥을 누면 종이기저귀를 갈며 물휴지를 쓸는지 모르나, 우리 집은 천기저귀를 쓰고 물로 씻기니까 물휴지를 쓸 일이 없다. 다섯 해 가까이 한쪽 구석에 처박은 물휴지인데, 새삼스레 이제 와서 쏠쏠히 쓸모가 있다. 둘째 아이가 좀처럼 걸으려하지 않으니까, 도서관 바닥을 닦는다. 나는 무릎걸음으로 천천히 이곳저곳 닦는다. 아이가 기어서 다닐 만한 데를 샅샅이 닦는다. 기다가손을 뻗을 만한 데까지 헤아리며 닦는다. 아이가 기지 않고 걸었으면도서관 바닥을 샅샅이 닦을 생각을 했을까. 이때에도 맨발로 돌아다니거나 바닥에 드러누울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닦았겠지. 그러니까, 나로서는 두 아이가 하루라도 더 일찍 더 즐거이 뛰놀 터전으로 보듬고 싶으니 바닥을 꼼꼼히 닦는다. 바닥 닦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첫째 아이가 묻는다. "바닥은 왜 닦아요?" "동생이 기어다니니까." "동생이 기어다니니까, 동생 손 지저분해지지 말라고 닦아요?" "네." 동생이 기어다녀도 손바닥이 지저분해지지 않을 즈음 되니, 첫째 아이가 다시 묻는다. "왜 신을 신고 다녀요?" "아직 아주 깨끗하지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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