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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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좋아한다.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한 서사성과 스토리를 그들은 꽉 움켜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때로 일본소설이 몹시 싫어진다.

너무 가볍고, 일상적인 문장들......

소설은 무엇보다 문장의 예술이기에, 문장이 아름답지 못하고,

문장에 힘이 빠져 있다면, 그건 이미 소설이 아니지 않을까.

히라노의 이번 작품은 문장의 힘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실험한 단편집이다.

늦은 밤, 수도꼭지에서 똑똑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자꾸만 귀를 어지럽혀 잠 못 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히라노의 이번 소설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놓친 풍경들, 살아가면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지난 상처들이, 내 마음 속에서 남몰래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키며 몰래몰래 크게 자라왔는지......

지독한 우울과 지루함에 견디기 힘들던 요즘....

히라노가 문득 발견하게 해준 내 안의 이 낯선 파문-

반갑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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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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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 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잘 읽히지 않는 소설, 독자를 거부하는 소설은 많은 독자를 가질 자격이 없다,
....고 한다면 너무 오만한 말일까?

 하지만 나카무라 코우의 소설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독선적인 말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을 재미있고 상큼하게 말하는 법을 알고 있고.
그러므로 많은 독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 

 정통소설의 또렷한 주제의식과 완성도, 장르소설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소설.

 다 읽고 나니,
나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내 초라한 이력서는 다 잊어버리고,
힘차게 기지개나 한번 펴고, 표지 속의 주인공처럼 옆구리운동이나 한번 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초라하고, 서럽고, 가난하다 하더라도,
젊음은 내일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가능성임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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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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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잉~~~~'다 읽고 나니, 이 말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뉴잉뉴잉~~~

이건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의 주인공이 쏴주는 독특한 웃음소리다.

처음엔 웃음소리가 너무 웃긴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자꾸만 중독되는 것 같다.

뉴잉뉴잉~~~!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  은 이 웃음소리만큼이나 독특한 인물들이 벌여나가는 한 편의 음악드라마다.

나카무라 코우 만큼, 나의 세대의 우울과 명랑함을 잘 잡아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 문학이라는 것이, 또 소설이라는 것이, 어느 한 시대나 상황의 징후를 포착해서, 그것을 파고들어가는 것이다보니, 어느 정도의 과장은 불가피한 것이겠지만, 요즘 나의 세대를 그린 소설에 동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지나치게 현실에 초월해 발랄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카무라 코우의 주인공들은 이상하다. 빙글빙글 도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듯이, 우울과 명랑함을 빙글빙글 오가며, 나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우울하고 힘겨워도, 우린 다시 웃을 수 있다고.....지금은 웃고 있어도, 우린 언젠가 또 다시 울어야 할지 모른다고.....말해주는 듯한 코우의 소설...

그래서 나카무라 코우의 소설은 때론 락콘서트처럼 신나고 경쾌하고, 때론 비틀즈의 소프트한 락발라드처럼 애잔하고 따뜻하다.

전에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젊어서 너무 힘들다....빨리 빨리 나이 들었으면 좋겠어....'하는 대사를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젊어서 힘든 많은 사람들이, 코우가 전해주는 다정한 위로와 웃음을 맛볼 수 있기를.... 그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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