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엄격한 그녀는 타인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했다. 나의 덜렁거림을 귀여운 구석으로, 칠칠맞음을 인간적인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여느 사람 같으면 혼을 내거나 펄펄 뛸 일인데도 그녀는 신기하게,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부도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했지만, 취향이나 성격의 차이에는 지극히 관대하고 포용적이었다. (52~53쪽)
뿌리 뽑힌 채 이식된 것 같은 낯설고 삭막한 서울에서의 삶, 철저하게 ‘기브 앤드 테이크‘로 일관하는 듯한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붙일 곳 없어 서성대던 나였다. 그런 내게 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오랜만에 햇볕을 쪼인 화초처럼 쑥쑥 자라났다. (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