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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적 영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그라민 은행, 무하마드
유누스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는 미소금융 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서민을 대상으로 한
소액 금융 제도도 마련되었다. 그 제도의 성공 여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빈민을 당장이라도
구제할 것만 같던 소액 금융의 소식을 좀처럼 듣기 어렵게 되었다. 구제해야 할 빈민의 수가 상상 이상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까? 아니면 생각만큼 빈민 구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만약에 후자가 맞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표지는 단순하지만 상당히 적나라하다. 눈 앞의 지렁이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는 낚시바늘에 입이 꿰매진 한 마리의 생선의 운명처럼 한 사람의 인생이 바늘에 걸려있다.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출이라는 미끼로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해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소액 대출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부제로 붙은 소액 금융의 배신 앞에는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라는 질문이 달려있다. 고리대금업인데 왜 21세기가 붙어 있을까? 고리대금업은 고전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베니스의 상인의 이야기 샤일록의 재판이라든지 조선의 탐관오리라든지 그 전례는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라는 말은 시대에 맞게
변화라도 했다는 말인가? 저자는 오히려 변질되어
발전했다고 말한다. 애초에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공동체라는 틀을 만들어 변상의 의지를 다지게 만드는
것이 그라민 은행의 핵심이다. 즉, 갚을 방법을 제시하고,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수많은 오늘날의 소위 서민을 위한 소액 금융의
형태는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진지한 조언 따윈 아랑곳 않는다. 그저 갚지 못했을 경우 닥치게 될 위험이
적힌 포장지로 대출을 감싸 던져줄 뿐이다. 결국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목표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또다른 형태의 대출일 뿐이다.
저자는 자신이 소액 금융 기관에서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책을 저술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소액 금융은 빈곤을 퇴치해줄 이상향이었지만 세계 곳곳의 참상을 바라보면서 이상은 보이지 않은 채 검은 투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서민’은 사라지고 없는 모습을 발견한다. 심지어 언론도 제대로 참상을 알리는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뉴스 거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슈를 던져주는 것. 그것은 소액 대출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에게 플래쉬를
들이대 다시 한 번 상처를 뒤집어 놓는 것에 불과하다.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리는 것일 뿐, 어느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존재하기나 할까? 사실, 빈민들에게 100달러를 제공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그저 목숨은 연장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라민
은행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이다. 이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대서 그치지 않고 다시 생산과 소비, 생산으로 이어 나갈 수 있는 자립의 힘을 기르는 것. 그 방법이
어긋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방법이 오롯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는 현재의 수많은 소액 대출 기관들은 달콤한 사탕 속에 덫을 놓고 있는 것일 뿐이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전세계 수많은 곳에서 경험한 소액 금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처한 위치에서
작은 변화라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때로는 아프리카 저 편에서, 때로는 지구 반대편의 곳에서 소액 금융의 빛을 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그곳에 빈민을 위한 의지는 없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의 욕심만 있을 뿐. ‘빈민을 위한’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이제 ‘수익을 찾아서’ 떠나는 투자자들의 또다른 시장에 불과한 현실을 보여준다.
빈곤을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한 쪽에서는 남아도는 식량 때문에, 비만 때문에 골칫거리를 앓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부족한 식량 때문에, 빈곤 때문에 병들어 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조금 더’라는
욕심이 파생상품의 실패를 낳아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공중분해시키고 한쪽에서는 한 끼 먹을 1달러가 없어 굶주림과 끝없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정 빈곤을 구원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비극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