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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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를 위한 실용 경제학




 사실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많은 그래프들이 교차하며 만나는 한 지점에서의 균형 상태’를 출발점으로 하는 복잡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크다. 물론 이러한 고전경제학이 오늘날 ‘경제학’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경제학은 최적의 균형 상태를 찾아 떠나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가 아니다. 인간은 매번 이성을 중심으로 한 최적의 상태를 찾아낼 여유가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다. 다시 말해 고전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합리적 인간’은 원래부터 실존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극히 비합리적인 인간들이 대부분인 지구의 경제학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까? 최근에는 경제학의 분야가 정말 다양하다. 미시, 거시를 비롯한 익숙한 경제학에서부터 계량경제학, 생태경제학, 행동경제학 등 다소 생소한 영역에서의 ‘경제학’들이 발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대다수의 비합리적인 인간들에 대해 연구한다. 이들은 ‘합리적이지 않음’을 전제로 하기에 그들의 행동에 있어 정형화된 틀을 발견하기 어렵다. 즉, 연역법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거꾸로 오르는 귀납법적인 결론 도출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넛지>,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와 같은 책들은 실제 사례를 다양하게 들며 그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려 한다. 따라서 이 책들은 최첨단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경제학 서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것에 대해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분석,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바라본 인간의 행동에는 알게 모르게 인센티브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며, 같은 행동이라도 인센티브의 유무에 따라, 정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센티브에 따른 행동의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인센티브가 극적인 효과로 생산력을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킨 채, 인센티브가 없던 수준의 결과에 한참 못 미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센티브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순전히 ‘인센티브’라는 측면에 국한되어 살펴보자면 이 책은 <넛지>라는 책과 비교해서 보기 좋다. 인센티브(incentive)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의미한다. 성과급, 보너스, ‘참 잘했어요.’ 도장, 용돈, 뽀뽀, 칭찬, 박수 등 우리의 삶에 익숙한 보상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센티브는 사후적 보상에 더 가깝다. 반면에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의미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따라서 사후적이라기보다는 사전적이며 보상이라기보다는 동기부여에 가깝다는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센티브’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일종의 목표가 되는 ‘보상’인 것이다.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각종 대외활동이나, 경시 대회, 올림픽 등의 경쟁 시스템에는 분명한 결과가 있고, 그 위치에 다다르기만 하면 주어지는 ‘보상’이라는 실체가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보상이라는 목적은 동기부여 매개체라는 수단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상상, 보상을 받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넛지가 되어 인간을 행동하게 만든다. 결국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와 같은 행동경제학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한 분야인 만큼 다양한 실증 사례를 다룬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탁아소의 벌금제도’이다. 직장 일을 마친 부모들이 아이를 일찍 찾아가야 하루 업무를 마칠 수 있는 탁아소에서는 아이들을 빨리 데려가길 원한다. 하지만 매번 늦어지는 부모들 때문에 탁아소는 늦은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결과는 어떠할까? 벌금이라는 눈에 뻔히 보이는 부정적인 처벌은 부모들로 하여금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탁아소 업주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흐른다. 부모들은 벌금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의 수단으로 삼는다. 지각에 대한 죄책감을 벌금이라는 수단으로 전치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행동의 변화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오히려 ‘벌금’과 자신의 행동을 같은 값어치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용한 인센티브가 정반대로 흐르는 경우는 다반사이다.


 또 다른 예로써 분리수거를 잘해 주의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쓰레기 처리가 문제시 되자 ‘분리수거=10센트’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러자 과거의 도덕적인 사람은 ‘고작 10센트 벌겠다고 쓰레기를 주워 분리수거하는 사람’으로 재평가되었다. 이처럼 인센티브는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촉매재가 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옵트인’, ‘옵 아웃’ 방식을 사용해 선택지에 다른 비중을 의도적으로 부여하면서 사람들의 선택을 다르게 한다든지 등의 사례들도 모두 인센티브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여금, 성적, 가격제도, 장기기증 등 다양한 사례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인센티브를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맨 처음 언급한 것처럼 그래프를 이용한 최적 지점을 찾는 ‘고전경제학’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기본 전제부터 틀린 과거의 경제학이 아닌 ‘비합리적인 인간’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오늘날의 신경제학을 찾는 사람에게 있어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사실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완전 경쟁 시장과 같은 이상향을 좇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존재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순수 학문’적 관점의 경제학을 현실 세계를 비춰보며 발견해나가는 ‘실용 학문’의 위치로 끌어내린 점에 있어 이 책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나 인간의 의식세계를 결정하는 것은 물질이라는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경제적 인센티브’를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동기로 파악한 이 책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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