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서광원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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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전 세계 수십억을 울고 울게 했던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이 끝났다. 수백수천 억의 가치를 지닌 슈퍼스타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지만 수많은 골과 선방 쇼를 지켜보며 느끼는 희열도, 열렬히 응원하는 기쁨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진정한 묘미는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 우승 후보를 상대로 만나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이다. 강해 보이는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고들어 결국에는 승리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쾌감을 전달한다. 특히나 지난 대회 챔피언인 스페인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브라질이 맥없이 무너져 4위에 머물게 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생존 경쟁에서는 강한 자가 반드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누구든지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것이다.



 

 P25 위기는 예고 없이 온다. 

목매고 기다리는 행운은 대게 에두르고 에둘러서 오고, 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올 때도 느닷없이, 

그것도 곧장 지름길로 온다. 

더구나 세상은 위기를 통해 생명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세월의 부침을 겪었던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원리가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하면 흔히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착각한다. 하지만 본래의 어원은 ‘survival of the fittest’ 즉, 가장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적합하다는 말은 ‘강하다, 약하다’를 구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환경에, 상황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하며 적응했느냐의 문제이다.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하며 포식자로 군림한 공룡이 어느 순간 멸종해 지금은 그 흔적도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바퀴벌레가 험난한 세월을 견디고 이겨내 엄청난 번식력을 보여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살아남는 것은 ‘강함’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오히려 강함이라는 무기를 가진 생명체는 자신만의 능력만을 믿었기에 상황의 변화에 둔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생존 법칙은 ‘남들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었기에 주변 환경보다는 강한 생명체의 존재 여부가 더욱 중요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은 지난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들이다. 단순히 새 한 마리, 벌레 한 마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수천만 년의 부침에서 살아남은 생존 전문가들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분석하면서 기업의 경영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생명체가 처한 생태계의 환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변해가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가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생태계의 모습과 똑같다. 대표적인 예로 SONY를 들 수 있다. SONY는 1980년대 워크맨을 세상에 출시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엄청난 규모의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어버린 일본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점차 소비자들의 욕구는 소형화, 기능화에 맞춰지면서 다른 기업들은 MP3를 출시했고, 나아가 휴대폰, 스마트폰까지 이어지는 기술 혁신과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에 발맞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SONY는 그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채 워크맨에서의 시장 파괴력만을 믿고 안주하였고 도태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등에 주도적인 위치를 내어주게 되었다. 핸드폰 판매업체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기업도 강하고 자본력이 큰 기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즉각적으로 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재미는 동물들의 생존 방식을 통해 삶의 교훈을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논어, 맹자의 딱딱한 고사 성어의 가르침이 아니라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에 적용시킬 점들을 찾아낸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가져와 본다면 첫째는 메추라기의 생존 방식이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먹이를 먹는 메추라기는 자칼의 먹이가 되었다. 이를 본 친구 메추라기는 살아나갈 방법을 궁리하고, 자칼보다 높이 날아오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칼보다 날쌘 서벌이 등장했으나 메추라기는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모른 채 이전의 방식대로 대응한다. 그곳에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이제 메추라기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든지, 멸종의 길로 접어들든지 두 갈래 길 앞에 놓여있다.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시스템에 의해 지배받는다. 하지만 그 싸움에는 영원한 약자도, 영원한 강자도 없다. 자신의 상황에 적응한 자만이 있을 뿐이다. 과연 이 싸움의 끝은 어떠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변화하는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기술의 발달로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오늘날의 세상은 1년, 한 달, 빠르면 1주일 단위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이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 변화하는 상황을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관성을 이겨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래야 사회라는 경쟁시스템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생존에 급급하다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기차와도 같다. 위기의 상황에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기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 곳을 바라봐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그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속도는 정확한 방향에 대한 부차적인 요소이다. 자신이 나아가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주변의 변화하는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확한 방향이라면 추진력 있게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제1의 생존법칙이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거미의 생존 방식이다. 노련한 거미는 삶의 터전이자, 먹이를 붙잡을 거미줄을 힘들게 완성시킨 후 틈나는 대로 흔들어본다. 무슨 이유로 거미는 자신의 터전을 뒤흔드는 것일까? 밤새 내린 이슬, 혹여나 붙어버린 나뭇잎이나 먼지를 떨쳐내기 위한 몸짓인 것이다. 이러한 이물질, 불필요한 요소들이 거미줄에 걸려 있으면 거미줄의 탄력성이 떨어져 내구성이 취약해질뿐더러 상대에게 쉽게 노출되어 사냥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불필요한 요소를 떨어내려는 시도는 위험하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한다. 서포터, 각종 클래스, 기자단, 인턴, 봉사활동, 공모전, 토익 공부 등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확한 방향 설정 없이 닥치는 대로 하여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방향 설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부족했다. 진지한 생각 없이 순간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삶은 거대한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 이쪽저쪽으로 키를 잡아보다 결국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배와 같다. 끊임없이 요동치며 삶은 불안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던지는 표류하는 삶, 방향도 속도도 갖추지 못한 비겁하고 무능한 삶이다.

 

 

 P46 차이는 하나다. 

성의껏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의 차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과 상대가 인정해주는 최선의 차이다. ... 

'나는 더 이상 안돼'라는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한계 근처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자동 포기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위안으로 거기에 머무르게 된다. 

객관적인 최선이 아닌 자기만의 최선 뒤에 숨는 것이다. ... 

나는 자기를 연민하는 야생동물을 본 적이 없다.

 

 

 새는 멀리 날아가기 위해 뼈를 가볍게 하고 장기를 간소화했다. 대신 근육의 양과 질은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정확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 후에 필요 없는 것들을 떨어내어 빠른 속도와 지구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생존해온 것이다. 마치 거미가 자신의 집을 흔들어 불필요한 요소를 떨어내버린 것처럼 새들도 자신들의 목표와 방향에 맞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떨어내버린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도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핵심은 유지하고 지키면서 불필요한 요소는 정리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P154 적응이란 그냥 엎드려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 있음을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살아 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익숙하지만 필요 없는 것을 미리미리 털어내고, 

낯설지만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익숙한 것에 탁월해지기 보다는 탁월해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삶에 필요한 새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진화이다.

 

 지금까지 두 가지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다. 상황에 따른 ‘변화’와 정확한 ‘방향’, 이 사이의 간극은 간절함으로 채워야 한다. 자연에는 생존 아니면 죽음의 두 갈래 뿐이기 때문에 중간은 없다. 어중간한 노력은 도태를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고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적절한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흉내문어는 보통의 문어가 서식하는 곳과는 한참 다른 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문어는 해초나 바위틈에 숨거나 위장하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그런데 흉내문어는 은폐, 엄폐물이 아무것도 없는 모래 바닥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는데 그들의 놀라운 능력 때문이다. 이들은 16가지의 형태로 자신을 변신할 수 있다. 단순히 위장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완벽한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러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끊임없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 그 핵심에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그들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고 생존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었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는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부셔서 제2의 삶을 살아간다. 말 그대로의 뼈를 깎는 고통인데, 이것은 생존에 대한 그들의 절박함이 나은 결과물이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들이 하늘의 세계에서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절박함에서 나온다. 화려한 성공 신화도, 철옹성 같은 업적도 간절한 절박함이 나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위에서도 몇 가지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때문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동물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들의 모습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생존 전략이었다는 사실에 감탄을 했다. 공원에 푸드덕거리며 먹이를 찾으러 다니던 비둘기들이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나무늘보의 느릿느릿한 행동이 천적의 위험을 피하고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서라는 사실도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흉내문어다. 유튜브를 참조하면 흉내문어에 대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마술을 펼치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의지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단순한 재미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는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살아남아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이 땅위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충분한 교육의 대상이자 연구 대상이자 배워야 할 대상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 방송계를 주름잡는 콘셉트는 ‘오디션’이다. 오디션은 자신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상대를 눌러야만 하는 구조로 생존 경쟁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슈퍼스타 K’, ‘댄싱 9’, ‘마스터셰프 코리아’,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에 열광한다. 예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이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을 반영하고 사회적 분위기가 방송 프로그램에 녹아들어가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를 말해주는 데 ‘무한경쟁’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없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은 더욱 중요시된다. 그런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지근거리에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사회는 우리에게 더 빠르게, 더 적합하게 변화할 것을 요구하며 시시각각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생존에 필요한 정확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교훈을 전달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변화할 수 있는 능력, 변화 속에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방향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 절박한 간절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연히 성공하는 경우는 있어도 우연히 실패하는 경우는 없다.


 

 존재란 오묘하고 신비롭다. 귀여운 강아지도 생존에 적합하게 변화해왔다는 사실이나 흉내문어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버린 것과 같은 신비로운 모습 속에는 모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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