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5
김호동 지음 / 사계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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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두 번에 걸쳐 세계사를 배웠다.

 내가 대학시험을 보았던 당시 - 예비고사와 본고사가 따로 있었다 - 세계사는 당당히(?)

 예비고사의 한 과목이었고 (문제 수는 대략 15문제 정도?), 내가 선택한 대학에서는

 본고사의 과목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세계사에 대해 남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 세계사가 사실은서양사와 동양사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서유럽과 중국사를 중심으로 서술된 것이었다.  나머지 지역은 말 그대로 들러이요 사족이다.

 인도 역사가 약간 언급되고, 아랍 지역은 마호멧의 등장과 그 이후의 역사가 맛보기 식으로 나오고, 동유럽/러시아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되다가 10월혁명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아마 지금도 세계사는 그리스, 로마에서 출발하는 서유럽의 역사, 중국사를 위주로 편성되어 있을 것이다

 중앙 유라시아? 중앙아시아는 알겠는데, 중앙 유라시아는 또 뭐야? 

 그런 지역은 세계사 교과서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중앙 유라시아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이 지역에 대한 용어보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인식에서도 중앙유라시아는 그야말로 먼나라 이웃나라, 아니 이웃나라에도 들지 못한다. 스탈린 시대에 벌어진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관련하여 이 지역이 가끔 소개되기는 했지만,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지역으로 치부되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도 도대체 손에 놓을 자료가 없는 실정이었다. 물론 관련 서적들이 꽤 있지만, 너무 전문적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최근 나는 실크로드와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돈황의 역사와 문화],  [실크로드의 악마들] 등이 그런 것이다.  이 지역에서 생기고 사라졌던 수많은 고대 왕국이 이 책들 속에 언급되어 있었지만, 나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19세기 말 영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역과 인도를 둘러싸고 강대국 패권게임을 벌였던 [그레이트 게임]에서도, 이 지역이 예전에는 어디였고, 저 쪽은 또 어디였고 하면서, 간단한 언급이 나오지만, 내게는 명왕성의 작은 위성들 만큼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김호동 교수를 알게 되었고, 그가 썼거나 번역한 책들을 읽게 되면서, 이 지역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움은 그런 책들은 상당한 전문 지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기에 좀 뻑뻑하다.

 이 책 [아틀라스]는 풍부한 지도와 도해를 곁들여, 중앙 유라시아 지역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왕국, 국가, 문화에 대해 일목요연한 지식을 알려준다. 전문가에게는 부족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소중하고 자상한 책이다. 문장은 읽기 쉽고, 내용 서술은 명료하다. 이 책의 학술적 가치는 좀 떨어질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전문적 학술서적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지식의 저변화가 있어야, 그 위에서 전문화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서구와 중국에 경도되었던 기존의 역사인식을 넓혀주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분투하며 자신들의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던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는 데는 이보다 좋은 개설서는 없다.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는 내 지식 밖이고, 이 책에 이런저런 내용이 수록되었다는 소개 또한 필요없는 짓이다. 일단 책을 들고 읽어보시면, 좀체 이 책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김호동 교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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