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 - 술의 과학 사소한 이야기
아담 로저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술을 좋아한다. 많이 마시기보다는 자주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결국 알코올 총량은 비슷할 듯하다. 過飮이나 多飮이나 자랑할 만한 일도, 권할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 애주가들은 싸고 맛 좋은 안주를 푸짐하게 제공하는 대포집에 관한 정보에는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막상 그 술이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하고, 술을 빚는 과정에는 어떤 원리들이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그런 정보를 늘어놓아야 '닥치고 술이나 먹어' 하는 핀잔이나 들을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유물론자 주당들은 그런 영양가 없는 정보나 지식보다는 당장 현금이나 안주로 치환될 수 있는 실용성 있고 유용한 정보에 관심이 있으니까.

 이 책은 술자리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술의 과학'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알려주고 있다. 효묘, 당, 발효, 증류, 숙성 등 술 제조공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맛과 향, 술이 몸속에 들어가 일으키는 화학작용, 그리고 주당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그 지겨운 숙취에 관한 정보까지 일목요연하고 충실하게, 그것도 아주 재미 있게 소개되어  있다. 어려운 말 별로 쓰지 않고, 요령 있게 잘 알려주는 저자의 능력도 출중하고, 번역도 좋다.

 애주가들이여, 족발 한 접시 값도 안 되는 돈을 이번에는 책에 투자하자. 내가 목매고 마시는 술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자. 가끔 책이라도 읽으면, 매일 술먹는 모습보다 좀 폼이 나지 않을까?

 경고 한 마디. 아무리 술의 과학에 대해 잘 알게 된다고 해도 과음하면 숙취에 빠진다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으니, 음주도 조금 절제하시기를.

 한 가지 걱정. 이 책을 읽고나면 술에 대한 사랑이 두터워져, 가뜩이나 좋아하는 술을 더욱 맹렬하게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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