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가치투자의 교과서『증권분석』핵심 요약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프레스턴 피시.스티그 브로더슨 요약,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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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읽어본적은 없는 책! 이라 누군가 말한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고전을 꼽으라면 <증권분석>은 분명히 상위권을 차지할 것입니다.

증권분석은 그레이엄의 어려운 문체, 전문적인 수준의 배경지식 등 장애물들이 만드는 어려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이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분량 역시 그렇습니다. 세스 클라만이 해설을 단 <증권분석 6판, 리딩리더>의 경우 페이지 수가 700페이지를 훌쩍 넘깁니다.

물론 세스클라만이 각주를 단 6판의 경우, 첨부된 각주가 이해에 도움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각주를 단 투자자들 역시 내공이 높고, 그 난이도 역시 높습니다. 투자라는 무공의 세계에 갓 입문한 초보에겐, 문파 수장님이나 최고 수제자나 거기서 거기일 껍니다.


무림고수들의 대결!

또한 각주를 쓴 투자자들의 철학은 그레이엄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레이엄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투자자에게 사견이 담긴 각주는 방해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분량,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 100년 가까이 지난 외국의 이야기.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증권분석>을 처음부터 원저로만 접한다는 건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요약본과 함께라면 어떨까요? 타 투자자의 생각이 아닌 요약과 현재 달라진 규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입문자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벤저민 그레이엄의 명저를 300페이지 남짓으로 요약한 본 서적의 일독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약본과 함께 원저를 비교하며 살펴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내용이 방대한 관계로 본 리뷰에서는 요약본을 위주로 인상깊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서평에서 요약본인 본 서적과 비교한 원본은 <증권분석 6판,리딩리더>입니다.

그레이엄이 이야기한 것-질적 요소와 양적 요소

"Chapter2. 분석의 기본요소: 계량적·정성적 요인" 에서 퀀트와 가치투자를 결합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실적 통계는 분석가가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절대로 충분조건이 아니다.

증권분석 6판, p.140

즉, 그레이엄은 과거의 실적이 숫자(양적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퀀트와 가치투자를 병행하는 저는 꽤나 충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퀀트의 시초로도 거론되는 그레이엄은 그럼 왜 NCAV와 같은 정량적 요소를 이용한 투자를 강조한 걸까요? 과연 전략이 유용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해석으로 그레이엄이 말한 부분은 과거에는 옳았으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레이엄이 책을 출판한 시기와 증권분석기술이 축적된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엄이 지적한 숫자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질적 요소가 반대로 나타난다면 결론이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

실적 통계가 만족스럽더라도, 장래 전망이 의심스럽거나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면 그 증권을 제외해야 한다.

*질적요소는 숫자 외의 정성적 요소를 의미한다.

중권분석 6판, p.140

그레이엄이 증권분석을 내놓던 1940년대에는 기업의 질적요소를 정량화 시키는 접근이 부족한 시대였습니다. 1960년대 까지 금융학계는 효율적 시장가설이 점령하고 있었고, 학계 및 심도있는 정량적 접근은 힘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질적요소를 보완할 수 있는 실적 통계의 정당성, 장래 전망의 강건함, 경영진의 신뢰 등을 평가할 지표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시의 관점에선 분명히 양적요소의 단점이 명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퀀트들은 단순히 과거 실적이 좋다는 것만을 근거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는다. <퀀트로 가치투자하라>에서 사용한 다양한 평가 요소들이 그렇습니다. <퀀트로 가치투자하라>에서는 '순이익과 현금흐름의 차'(Accural)를 이용해 회사가 실적을 왜곡시키고 있는 징후들을 간단히 파악하기도 하고, PROBM과 같은 외상매출금, 감가상각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고차원적으로 회사의 건전성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알트만의 Z-score를 비롯해 많은 지표들이 고려되었고 지금도 고안되고 있습니다.

과거 그레이엄이 투자회사를 운용하던 시절과 달리 금융업계의 분석수준도 높아졌음으로 단순히 양적요소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지금으로썬 다른 환경에 직면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퀀트는 과거 지표에 근거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고, 미래는 여전히 숫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모호함 속에서 선택을 거듭할 뿐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불가능할 것이라 보였던 장애물들이 현대에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나서 판단을 내려도 늦지는 않을겁니다.

개인적으론 퀀트들의 장기간의 연구와 숫자자료 그리고 그를 보완하는 질적인 요소.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투자자 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촘촘한 체처럼 필요한 것만 뽑아보기

증권분석은 방대한 양만큼 세세하게 접근하는 책이지만 때로 그 세세함이 독이 되기도 합니다.

Chapter3을 대표적 예시로 뽑을 수 있습니다. "Chapter3: 정보의 출처"는 주식 정보의 출처를 다룬 그레이엄의 상냥함(?)이 담긴 부분입니다. 해당 부분에서 그레이엄이 이야기한 주식을 조사하는 방식인 많은 종이 책들은 이제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권분석 6판이 출간된 1930년대의 상황을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보는 건 비효율적일 겁니다. 그럴 때 요약본이 가진 진가가 발휘됩니다. 요약본은 21C에 쓰여진 만큼 변화한 미국의 회계지표 및 공시 방식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레이엄이 과거에 자료를 보는 방식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도 좋은 참고가 됩니다.

하지만 이 장에서 그레이엄이 언급한 출처는 여전히 유효하며 널리 선호된다. 그레이엄이 현대에 산다면 틀림없이 신뢰할 수 없는 출처, 즉 인터넷에서 구한 재무자료를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줄 것이다.

증권분석 요약판 p.27

그레이엄의 방식을 현대에 얼마나 적용할 지는 개인의 판단이겠지만, 적어도 능숙한 투자자들이 어떻게 이를 해석하고자 하는지 참고하는데는 확실한 도움이 되는 책이 이 요약본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증권분석에 대한 생각 - 구체적인 공식은 제시되지 않는다.

증권분석을 보는 독자들의 대부분은 뛰어나고 강력한 공식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레이엄의 명성이야 워낙 자자하고, 투자계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워렌버핏은 그의 저작을 강력 추천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식은 없습니다. 양적분석의 단점을 지적한 그이니만큼 당연한 접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현명한 투자자>에 나온 그레이엄의 NCAV전략이 그렇습니다. NCAV전략은 순유동자산을 고려하여 저평가된 주식을 선정하는 계량적 투자방식입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NCAV = 유동자산 -총부채

"NCAV > 시가총액"인 기업 매수.

"할 수 있다! 알고투자"의 NCAV전략

NCAV전략은 긴 시간동안 그 유용성이 입증된 전략이지만 동시에 허점도 있습니다. 바로 현대에 들어서 NCAV전략을 적용할 만한 주식들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몇 몇 년도에는 전체 기업 중 1~2개의 기업만이 NCAV전략이 가능한 수준의 주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레이엄이 보통주를 보유하면서 분산하지 않은 포트폴리오에 대해 비판한 <증권분석 6판>을 본다면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NCAV전략이 과연 타당할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 시장에 비해 NCAV전략이 가능한 기업이 많은 한국 시장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기도 합니다.

시중에 유명한 NCAV전략을 가지고 테스트한 결과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NCAV전략 테스트.

평균적인 종목 수가 20년도의 불장에도 30~40종목에 달함으로 한국시장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지표가 현재를 반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경향성은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레이엄의 말이 현재에도 틀리지 않는 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약본에 대한 생각...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은 어려운 책입니다. 요약본도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레이엄의 세세한 설명이 아닌 함축된 문장으로는 이해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분량과 저자들의 조언은 그레이엄 철학의 입문자가 접근하기에 적절한 조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약본 저자들의 말처럼 요약본과 그레이엄의 원저를 같이 보면서 비교해가며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줄 평: 요약본으로 살펴보는 현대와 과거의 증권분석.

추천 독자:

-벤저민 그레이엄에 관심 있는 독자.

-증권분석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낀 독자.

-증권분석에 관심은 있는데 700p는 읽기 싫은 독자.

난이도: 中上

(증권분석 자체가 쉽지 않은 책이다. 요약본이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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