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 - 벤저민 그레이엄 직접 쓴 마지막 개정판, 개정4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라는 말이 있다.

굉장히 직관적(?)인 표현이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전략이 란 없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한 격언이다.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전략이 무용화 되었든 추종자들이 많아서 사라지는 전략이든. 가치투자는 과연 어떻게 될까? 무용한 과거의 유물이 되고 마는 걸까?

가치투자의 일시적 부진이든 영원한 소멸이든 어떤 논쟁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될 인물이 있다.

바로 가치투자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밴저민 그레이엄.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 종말의 위기에서 인상깊은 수익률을 올리며 스타로 떠오른 그레이엄은 '워렌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전략은 '자산 가치'와 '안전마진'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왔다.

가치투자의 지속성에 관한 논쟁을 판단하기 위해 그레이엄하면 많이 거론되는 NCAV전략에 대해 조금 살펴보자.

NCAV전략은 청산가치(유동자산 - 총부채)가 시가총액보다 50%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수익성이 훼손되지 않는 기업이라던지 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붙어있긴 하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싼 기업을 사라는 것."

그레이엄의 투자라고 하면 그래서 "싼 기업"에 초점을 맞춘 투자로 알려져 왔다. 그 중에서도 '청산가치'라는 부분에서 그의 투자가 자산에 중점을 둔 투자. 즉, 저PBR에 중점을 둔 투자가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다.

가치투자 무용론, 특히나 그레이엄 철학의 무용론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출발하곤 한다. 무형자산이 대두되는 시대에 더이상 저PBR이 효과가 있는 이야기일까? 케케묵은 이야기,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현명한 투자자를 받아들었을 때 저PBR주에 관한 그의 답을 듣고 싶었다. 과연 그는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했을까, 가치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걸까?

그레이엄의 대답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레이엄은 NCAV로만 투자하라고 한 적은 없다!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라는 구분과 함께 잃지 않는 투자의 방법을 제시했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는 어떤 근거로 구분된 것일까?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방어적 투자자는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에 해당한다. 그레이엄은 예시로 미망인, 성공적인 중견의사, 야망있는 젊은이 모두 방어적 투자자로 들었다. 투자에 큰 관심과 열정을 쏟을 사람이 아니면 거의 방어적 투자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방어적 투자자를 위한 조언으로 그는 '채권 50 : 주식 50'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기도 했다.

공격적 투자자는 초과수익을 얻으려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투자자다. 공격적 투자자는 부채상태가 양호한 대기업 우량주로 추천 대상을 한정한 방어적 투자자와 달리 보다 다양한 공격전략을 가진 투자자다.

대표적으로 그는 '1)소외된 대형주, 2)염가종목 (우량주 염가종목을 먼저 언급했지만 충분히 저렴하다면 비우량주 염가종목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3)차익거래 등의 특수상황.' 을 언급했다. 심지어 공격적 투자자에게 조차 NCAV를 상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물론 언급하긴 했다.)

현명한 투자자에서 그가 말한 핵심 내용들은 능력범위('방어적 투자자'냐 '공격적 투자자'냐)와 충분히 싸게 사는 것을 꼽아야 할것 같다. 사실 시대에 맞추어 개정판을 발간해 온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 4판에 나온 내용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라는 말을 할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가치투자는 죽었다.'라는 말에 대한 그의 대답은 "질문이 잘 못 된거 아니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투자는 사업이며 자신이 하려는 사업을 잘 파악해야 한다.'나 '가격변동을 고려해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발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그의 대답은 버핏이 추천한 8장('투자와 시장 변동성')과 20장(투자의 핵심 개념 '안전마진')에 깊숙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 살아있네~

그럼에도 아쉬운 것...

그레이엄의 철학은 살아있다!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현명한 투자자'는 진리다! 라고 말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사실 투자서적의 한계에 그 이유가 있기도 하다. 유명 대가가 막대한 수익을 올린 기법은 알파가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경향이 있으며 시장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이 책에서 강력 추천이라면 언급한 미국의 재무부 채권에 관한 것도 그렇다. 지금 과연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지도 의문이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머어~얼리 떨어진 코리아에서 구매할 수도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저금리 시대의 채권이 과연 주식의 반대편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줄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물론 금리 변동에 따라 미래에는 다시 안전성을 확보해 줄수도 있다.)

그레이엄 이후에 등장한 현명한 투자자들에 의해 투자 방식이 발전해 온 만큼 그의 방식을 맹신하기보다 보완을 통한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책은 '현명한 투자자 해제로..?')

예측과 보호. 그리고 소감.

마지막으로 그레이엄이 남긴 어록 중 인상 깊은 부분을 정리해본다.

그레이엄은 미래 실적을 대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예측(Prediction)보호(Protection)다. 예측은 주가나 기업의 성장성을 점치는 것이다. 해당 산업의 수요와 공급, 경쟁자들, 과거 성장 추세 등 장기전망을 예측하는 지표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보호는 분석 시점의 주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주가보다 내재가치가 높은지, 안전마진이 장래에 상황이 악화해도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확보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이익, 자산, 배당 등 측정가능한 것들을 활용한 정량기법에 해당한다.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으며 투자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레이엄의 투자관처럼 막연히 알고 있었던 사실들은 100%이해한 것이 아니며 이러한 방식들이 수익률 재고에 큰 도움이 될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잃지 않는 투자법이란 방식을 실행하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인내심과 끈기를 요하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그레이엄도 시장대비 초과 수익률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듯이 시장은 항상 투자자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 하다.

한 줄 평: 영원한 것. 영원하지 않은 것. 구별해내는 지혜가 필요할듯.

추천 독자:

-안전마진과 가치투자 철학에 관심있는 투자자.

-저PBR주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

-그레이엄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

난이도: 中

(고수의 시각과 초보의 난이도 체감은 다르다. 어느 정도 투자에 대한 개관이 잡힌 분에게 추천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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