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머니 씽크 스몰 - 편견과 무지를 극복하는 단단한 투자의 원칙
조엘 틸링해스트 지음, 백진호 외 옮김, 설윤성 감수 / 워터베어프레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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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공평하다!

세상은 많은 부분에서 공평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저자인 '조엘 틸링해스트'에 한해서는 신께서 꽤나 공평한 배분을 하신 것 같다.

그의 투자 실력은 흠잡을 수 없지만 글 재주는... 글쎄 칭찬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솔직히 가독성이 아쉬운 책이다.

명쾌한 설명보다 복잡한 이야기로, 가치평가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복잡한 고려사항들을.

그의 이야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누군가 그의 책을 추천한다면 섣불리 동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겹겹이 둘러싸인 포장지 안에 담긴 투자실력과 경험담은 정말 귀중하다.



가치투자 서적...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쉽게 얻은 보물은 그 귀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의 책을 독파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

워낙 방대한 책이고 중요한 이야기들도 많다보니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건 힘들 것 같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조엘의 '나는 기업을 이렇게 본다!'

저자인 조엘 틸링헤스트는 기업을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수익성(혹은 수익), 수명, 성장, 확실성

13장. 가치의 4요소를 이해하라

위의 네 가지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산업이 좀 더 나은 수익성을 보여주는가, 기업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수명을 가지고 있는가,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가, 얼마나 확실하게 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해당한다.

저자는 긴 역사에서 어떤 산업이 가장 좋은 수익성을 보여주었는지를 살펴보았다.

(표-227페이지)

각 산업은 과거에 수익률이 우수했으나 하락해 지금은 평범한 산업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었고

네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한 그의 분석은 페트로브라스 브라질레이 투자(p.246~253)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브라질레이는 브라질 연안에 있는 유전을 시추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초기에 낮은 시추 비용과 원가비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대통령 관련 이슈 등으로 브라질 레이는 PER이 5~6에 머물렀다. 그러나 브라질 해안 지역에 지속적인 유정의 발견과 함께 시추 지역확장으로 기업은 많은 부채를 지게 되었다. 비용 역시 증가했다.

지속적인 유전의 발굴에도 불구하고 조엘은 기업이 좋은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세금과 로열티 등이 과거에 비해 증가했음으로 매도를 결정했다. 단순히 원유 발굴이라는 기대감보다 이익의 측면에서 기업을 분석한 셈이다.

조엘의 기업에 관한 분석 중 인상 깊은 것은 성공적인 전략에 대해 탐구한 것이다.

그는 기업을 시장과 상품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하며 성공적인 전략에 대해 검토했다.

-전체시장+뛰어난 상품:구글.

->전체 검색 시장을 장악하며 뛰어난 검색 툴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시장+낮은 가격:월마트.

->소매업을 장악하며 낮은 가격이 기업 경영의 핵심요소다.

-특정산업+낮은 가격: 가이코.

->사고발생율이 낮은 자동차 보험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정산업+뛰어난 상품: 몬스터 베버리지.(에너지음료+유기농 음료)

->뛰어난 에너지 음료를 제공해 관련 사업을 장악했다.



몬스터 베버리지 음료

위와 같이 상품과 시장을 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재무 실적 뿐 아니라 향후 기업이 어느정도 성장세와 어려움을 겪게 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의 성장은 주가 상승과 깊은 연관이 있다.

결국 고객에게 만족할 경험을 제공해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기업이 좋은 셈이다.

주식은 어떤 요소를 살펴보는가?

조엘이 주식을 보는 큰 관점은 PER이다. 물론 PER을 절대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건 아니다.

역사적인 PER만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역사적인 PER만을 통해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기업 상황이 유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용하다고 보았다. 오히려 비슷한 산업의 타 기업들과 비교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보았다. 또한 PER만을 이용한 평가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가치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p.44)

그는 PER을 강조하지만 맹신보다 적절히 활용해 기업에 기대할 수 있는 미래수익률을 예측하는 쪽에 가깝다.

그가 주식을 매입하기 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p.338)를 통해서도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조엘이 주식을 매입하기 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1. 주식이 높은 이익 수익률, 즉 낮은 주가 수익률을 가지고 있는가?

2. 기업이 성장의 기회에서 굉장한 수익을 안겨 줄 만한 특별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가? 기업이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가?

3. 기업이 지속될 수 있는가? 아니면 경쟁이나 단기 유행, 쇠퇴, 혹은 과도한 채무로 인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가?

4.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고 계속적으로 예측 가능한가? 아니면 경기를 타거나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거나 불확실한가?

본문-p.338

이익 수익률은 PER의 역수다. 조엘은 기업이 영원한 성장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성장을 기록하는 기업이라고 무작정 매입하는 것을 꺼렸다. 오히려 그가 주목한 주식은 '장기 전망이 상당히 확고하고 질이 좋으며 성장 중인 주가수익률이 낮은 주식'이다.

그의 관점은 월마트 투자와 관련된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본문p.299~301)



미국 유명 대형마트, 월마트

1999년 월마트의 주가는 69.13달러였고 ROE20%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내 놀라운 성장률뿐아니라 월마트는 멕시코 진출에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시장의 압도적인 지배력, 멕시코에서 성공처럼 해외시장에의 진출을 감안하면 월마트는 높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월마트는 이미 PER이 55배에 달하는 상태였다. 조엘의 분석은 월마트가 매년 12%의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향후 만족스러운 주가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2012년도 월마트의 평균주가는 1999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행히도 월마트는 지난 13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에 성공해 13년동안 복리 11.3%의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당시 per55는 너무 높은 수준이었고 향후 주가는 이익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평균회귀에 관한 그의 입장이 맞은 셈이었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 "기업의 과거 배수가 타당성과 유효성을 유지하려면 그 기업의 미래가 이미 지나온 길만큼 화려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조엘은 각 기업뿐 아니라 시장에 대해서도 PER을 중점있게 본다. 물론 이번에는 단순한 PER이 아닌 실러PER로 말이다. 그는 실러PER을 볼때 단순히 시장이 고평가/저평가 되었다는 여부로 해석하기보다 미래의 기대수익률을 확인하는데 사용하는 편이다. 실러PER이 고평가되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미래에 주식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감소하는 편이라 말했다.



실러PER과 미래 주가 수익률에 대한 연구.(p.306)

PER을 이용한 주식의 이익률을 추정하는 부분도 그렇지만, 그는 단순한 가치모델을 사용하는 편이 아니다.

연금공식이나 CAPM등을 활용한 다양한 할인율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산정한다. 또한 단순히 숫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스토리와 업종의 역사, 평균회귀까지 고려한다.

책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예로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분석(p.339~353)이 있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건강보험 관련 업체다. 그가 업체를 분석할 때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PER은 7.3배 정도였고 주식 가치는 시장보다 37%가량 높아보였다.

그러나 오바마 케어의 도입으로 인해 건강보험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거라는 의견이 시장에 팽배했고 회사는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단순히 PER과 이익수익률을 따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다른 보험 개혁법들이 의료보험기업들의 수익을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확인했고, 업종의 특색과 회사의 경쟁우위, 향후 얼마나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확인했다.

업종의 역사까지 고려해 매수를 결정한 셈이다.

그의 선택은 주가 상승이 6년동안 5배에 달하는 보답으로 돌아왔다. 같은 기간 S&P500은 2배 상승했다.

아마 그의 분석은 주린이들이나 어지간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따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실제로 책에 언급된 가치 추산도 간단한 툴이 아닌 익숙치 않은 재무공식들을 이용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업에 닥친 나쁜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분석을 통해 대처한 점, 과거 업종의 역사까지 분석하며 질적인 분석을 더한 것은 개인 투자자가 참고할 큰 조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몰캡을 찾기 위한 여정.(해외 투자)

조엘의 펀드는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책에 나온 비중에 따르면 미국 비중이 60%에 달하긴 하지만 그의 심도있는 투자 스타일을 봤을 때 40%나 해외시장에 투자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해외 투자시에도 그는 심도있는 분석을 빠트리지 않는다.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인 유코스(p.243), 캐나다에 목재를 가공하는 중국기업 분석에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해외 투자에 관한 그의 조언은 '투명하고 투자자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는 법치국가'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러시아의 가스기업은 회사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음에도 뇌물 관련 혐의로 자산이 동결된적이 있다. 중국의 목재가공기업도 이익을 조작해 상장폐지를 당했다.

물론 워렌 버핏처럼 심도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집중투자를 통해 이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능력이 없다면 주주의 이익이 보장 받을 수 있는 법치주의가 성립한 국가에 투자해야 한다.

그는 한국 투자자를 위한 인터뷰에서 '부패인식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 '지배구조가 건전한 국가', '낮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국가'를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PER과 관련해 낮은 PER과 높은 이익 수익률을 가진 시장에 투자하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감한 결정과 투자 스타일.

조엘은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주식이나 가격이 높은 주식은 매입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지만 조엘의 책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최근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엔론을 비롯한 회계부정을 저질러 온 과거의 유망 기업들을 어떻게 피해냈는지를 살펴보면 그의 심도있는 분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00년 IT버블, 08리만 사태를 포함해 최근까지 기록된 그의 투자 기록은 가치투자자가 어떻게 해당 위기를 경험했는지에 대한 조언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조엘은 08년 즈음 AIG를 보유한 경험이 있는 데 이를 통해 기업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의 중요성이 보인다.

구루를 만나며...

조엘의 투자 스타일은 특정한 지표를 통해 가치를 산출하는 스타일보다 기업의 업력과 성장의 지속성을 살피는 질적 투자자에 가깝다. 가치평가를 위한 수치를 세워주는 친절한 선생님보다 실전 사례를 보여주는 엄격한 선생님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저PER주식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인만큼 저평가된 기업의 분석, 산업구조와 기업의 업력에 대한 강점을 가진 투자자로 보인다. 조엘의 투자법은 결코 쉽지 않은 투자법이지만 기업을 보는 시간 지평선을 늘리고 업종에 대한 분석에 갈증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좋은 구루가 되어줄 것 같다.

아차! 구루들 중 최근 사례를 보여주는 구루인만큼 IT기업에 대한 분석도 참고할만 하다.

모든게 다 귀찮다면... 한국 투자자와 인터뷰를 보자!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자신의 투자 철학을 쉼게 소개해주고 있다! 구루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출판사와 가투소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답변을 준 조엘 틸링헤스트에게도 큰 감사를 드린다. :)

(나도 질문자에 들어가 있다는 건 안 비밀!)

한 줄 평: 또 한 명의 구루를 국내에서 만나자.

추천 독자:

-재무분석 및 용어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투자자.

-기업의 질적 분석에 흥미 있는 투자자.

-최근 사례를 반영한 구루를 보고 싶은 투자자.

난이도: 上

(용어의 난해함이나 가독성은 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두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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