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가지 사건으로 보는 금의 역사 - 왜 사람은 금을 탐하나?
루안총샤오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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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지 사건으로 보는 □□의 역사'라는 책이 눈에 띄인다.

대표적으로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홍춘욱 박사님의 책도 그렇고. 여러 사건을 통해 특정 주제를 풀어내는 형식은 특정 주제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기대했던 내용 역시 그랬다.

리세션(경기둔화)의 위험과 걱정이 더해져 가는 요즘 시국에 가장 각광받는 자원인 금이 왜 안전자산 인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투자하면 좋은지 등에 관한 내용이 실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열었다.

'1장: 냉병기 시대의 황금에 대한 갈망'에서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황금화폐의 기원과 황금숭배가 나타난 근원을, '2장: 신대륙 황금을 둘러싼 쟁탈전'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후로 서양 세계에 쏟아진 황금이 불러온 패권 변화와 금광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3장과 4장에서는 금본위제의 탄생과 그 여명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서술했다.

여기까지는 금에 대한 욕망의 역사와 금본위제의 탄생과 여명까지를 서술하는 평범한 역사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5장에서부터 저자는 책의 방향을 돌려 놓는다. 머나먼 우주 저 너머로...

머나먼 우주 저 너머로~~~

5장에서 저자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을 펼쳐 놓는다.

이해하기 힘든 논리적 흐름으로 미국과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강공을 쏟아 붓는다.

'코소보 사태에서 NATO군의 폭격은 EU의 탄생과 함께 강력해진 유로화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한 미국과 영국의 음모다.' 라거나.

'미국은 원유를 통제함으로써 전세계 식량거래와 가격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다. 오일달러는 미국의 무역과 재정적자를 메우고, 나아가 미국 경제 발전을 지탱한다.' 라는 등의 주장들을 말이다.

경제지식이 부족한 내가 듣기에도 이상한 말들이 꽤나 있었다. 우선, OPEC에 관한 저자의 설명이 그러했다.

꽤나 긴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OPEC등의 석유가격 조정은 미국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얼마나 유가가 오르든 중동국가들은 미국의 건설업체들 및 첨단 기술 업체들의 수주를 받으므로 그 돈은 다시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다. 또한, 오일은 모두 달러로 결제됨으로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내 염가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p.317-323

뭔가 이상하다. 우선, 건설업체나 첨단 기술업체들의 수주로 인해 미국업체들이 OPEC의 오일달러를 흡수할 것이라는 논리가 살짝 불안해 보인다. 미국을 제외하고도 다른 나라도 얼마든지 수주 계약에서 흘러나오는 달러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우리나라의 중동건설붐을 봐도 그렇다. 물론, 사우디 등 친미적인 정권에서 혜택을 준다면 어떨까? 하는 전제가 깔린다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두 번째 주장은 좀 더 이상하다. 달러를 찍어내 얼마든지 염가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미국이 공납품을 받듯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이거 왠지 MMT(Modern monetary theory)아니야..?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이 염가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찍어내야 한다. 그런데 달러가 많아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가. 실제로 미국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폴 볼커 전 연준 이사장 시절(79~87)에는 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며 자국경제를 희생하면서 고생했었다.

그런데 얼마든지 염가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석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것 없이 염가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이론이 성립해야 한다. 그게 바로 MMT일텐데, 70년대부터 미국이 MMT를 주장하며 인플레 없이 달러를 찍어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코소보 사태에서 NATO군의 개입이 유로화 견제를 위했다는 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NATO군이 미국의 뜻대로만 돌아가는 구조인가? 다국적군이 아니었던가. 설사 미국이 정말로 유로화 견제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의견에 EU가 쉽게 동의하며 원하는 대로 끌려갔을까? 그저 그럴듯한 음모론으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의 주장은 '제 6장: 향후 황금은 다시 화폐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대목에서 더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이 수단이 될 수 있다. 라는 주장들은 거침없이 흘려 보낸다. 결국 저자는 현재 통화체재를 깍아내리고 위안화의 부상을 바라는 것일까? 이 책은 이를 위한 수단인 걸까! 나는 엄청난 프로파간다에 휘말려 버리고 만건가!!! ㄷㄷㄷ.

작가님, 위안화 국제통화로 만들고 싶어요?

전반적인 책을 봤을 때 그런 것 같아보이진 않았다.ㅎㅎ 프로파간다를 위한 책이라기 보단, 중국 독자들에게 금의 역사와 현재 중국에서 진행하는 '위안화 국제통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책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한국독자에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황금을 핵심으로 설명하면서 '브렌턴우즈 체제'와 '자메이카 협정'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한 책으로 가치도 높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의 국제통화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고. :)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날카로운 칼 같은 책이랄까.

한 줄 서평: 중국인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 배울 것도 한 가득. 조심할 것도 한 가득(?).

추천 독자:

-금의 역사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

-'브랜턴우즈 체제', '자메이카 협정', '금본위제'에 관한 체계적인 설명을 원하는 독자.

-역사와 경제의 조합을 좋아하는 독자.

난이도: 中(어느 정도 역사적인 사건을 알고 보는 편이 이해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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