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영사 서포터즈 2차 미션 마지막 추가도서는 김광식의 <김광석과 철학하기>입니다! 저는 음악 듣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김광석의 노래도 가끔 찾아서 듣곤 합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대학교 노래패에서 활동할 때 신입생으로서 첫 곡으로 연습하기도 했었는데요,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 목소리와 가사에 자연스레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노래가 우리 삶에서 음악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인지철학자이자 문화철학자이기도 한 김광식 교수가 김광석의 노래 12곡을 12명의 철학자와 엮어 행복 철학을 풀어낸 책입니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프고 쓸쓸한 곡이 많습니다. 김광석은 구슬픈 목소리로 사랑을,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을, 떠나보내고 이별하면서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에 대해 김광식 교수는 슬픔으로 슬픔을 치유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 쓸쓸한 가사 속에서 우리의 삶을 찾고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철학을 발견합니다. 김광석의 가사를 통해 12명의 철학자를 만나고 살아가는 방식을 듣고 조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것이 마치 레코드판을 올려 음악을 듣는 듯한 디자인으로 돼 있어요. 김광석의 노래에서 발견한 철학은 꿈결의 철학, 바람의 철학, 나무의 철학 등 각각 이름을 달아놓았습니다. 김광석의 노래 12곡을 12개의 트랙으로 설정하고, 각 트랙에는 총 3개의 악장이 있는데요. 1악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해당 트랙의 노래 가사가 적힌 페이지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각 트랙에 들어갈 때마다 곁에 휴대폰을 두고 플레이어로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어나갔답니다.

 

 

“Wer kaempft, kann verlieren,

wer nicht kaempft, hat schon verloren. -Bertolt Brecht

(싸우면 질 수 있다. 싸우지 않으면 이미 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ㅣ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ㅣ

이건 바람의 철학을 읽으며 봤던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의 말입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발견한 바람의 철학은 플라톤의 이상 철학과 연결됩니다. 꿈과 이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좌절되면 곧바로 절망으로 바뀌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꿈을 꾸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브레히트의 말처럼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싸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질 가능성이 아닌, 이미 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변화와 안주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는 용기인데요, 그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며 진정으로 나를 위한 선택지가 무엇일지 잘 판단해보고자 합니다.

 

어린아이는 자신 밖의 세계가 내리는 명령에 무관심하다.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의지와 감정, 열정에 충실하게 따르며 산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들을 향해 슬픈 노래를 부른다.” (261)

 

ㅣ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볼 때ㅣ

한 가지 더 공감했던 내용은 아이처럼 살아야 한다는 니체의 초인의 철학입니다. 김광석의 슬픈 노래는 어린아이의 철학이 되어 니체와 연결됩니다.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볼 때 슬픈 노래를 부르는김광석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일찍 가해진 구속을 안타까워합니다. 니체는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행복하다고 주장하는데요, 어린아이는 모든 것이 놀이가 되고, 열정과 의지가 넘치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이 누군지 더 잘 아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어른스러움을 장착하고 아이다움을 잃은 사람은 얽매이고 억눌려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가장 우선해야 할 자신이 순위 밖으로 점점 밀려나게 되는 것이죠. ‘나잇값해라’ ‘철 좀 들어라하는 말은 어찌 보면 폭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드는 건 정말 무거운 일이니까요.

 

추상적인 관념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책은 작가 본인의 경험이나 비슷한 상황의 영화 내용을 언급하며 이해를 도왔습니다.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노래에 담긴 삶의 철학을 읽을 수 있어 기뻤던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에 이어 추가도서로 신청해서 읽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입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강세형 작가의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언급한 책 중 하나였는데요, 강세형 작가가 고른 몽당연필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고, 여름이라는 계절의 소재가 지금과 딱 맞아떨어져 읽어보게 됐습니다.

 

"나중에 유키코에게 물었더니 오전오후 합해서 최대 열자루 정도 연필을 쓰는 것이 일의 정확성도 지켜지고, 연필도 정성껏 다루게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보다 더 깎아야 하는 것은 필압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난폭하거나 너무 서두르거나 그중 하나로, 즉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64)

 

 

 

받아본 책은 419쪽의 두꺼운 책으로,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두드러진 소설이었습니다. 책의 배경을 모르고 있다가 여기는 80년대란 것을 읽으면서 알게 됐는데요, 시간적 배경말고도 구체적인 묘사와 말과 행동으로 공간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거나 인물의 성격, 외형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책은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데요, 자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영화나 소설, 음악을 보거나 들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책의 배경은 1980년대 초반 일본 가루이자와 별장입니다. 이 별장은 무라이 ̊̊스케 건축설계사무소가 매년 여름마다 도쿄의 사무소를 통째로 옮겨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주인공 사카니시 도오루는 성공한 덕후인데요, 그가 존경해오던 건축가 무라이 ̊스케의 설계사무소에 입사한 3년만의 신입사원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그가 입사한 첫 해 여름별장에서 지낸 1년여의 기억과 이후에는 중년의 사내가 된 사카니시의 현재를 짤막하게 담았습니다.

그 해 여름별장에서의 가장 주요한 과제이자 소설의 중심소재 하나는 바로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입니다. 하지만 경합이란 소재가 풍기는 경쟁심리나 성공, 욕망이라는 보편적인 분위기가 책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끔 무라이 ̊스케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대부분 건축가 무라이 선생의 장인, 고수로서의 측면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어요. 사카니시를 통해 무라이 ̊̊스케의 건축스타일과 건축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도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 또한 건축을 예술작품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됐어요. 의식주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인데, 그 중에서도 ''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건축입니다. 눈으로 보아 아름다운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밀접해 있는만큼 건축은 예술이라기보다는 현실이죠.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무라이 선생의 건축을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180)

 

기억에 남는 도서관을 묻자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 옆 목조건물로 된 도서관을 답한 사카니시에게 무라이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완성된 이후 한참 지나서 그 가치를 깨닫는 건축을 하는 무라이 선생의 건축물은 주변과 조화를 이뤄 눈에 띄지는 않지만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마냥 자연스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건축가의 성향과 작가의 필체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바로 드라마틱하지 않고 소소하지만 그만큼 현실에 가깝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책에 등장한 건축가 무라이 ̊̊스케와 라이벌 후나야마 게이이치가 실제 일본의 두 건축가를 모델로 했다는 걸 이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무라이 ̊̊스케와 달리 후나야마 게이이치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한눈에 띄는 화려한 건축을 하는 건축가입니다. 극과 극의 건축스타일을 가진 이 두 건축가 중에서 작가는 무라이 ̊̊스케의 건축에 더 마음이 기울었나 봅니다. 한편, 책은 잔잔하면서도 반전이 숨어져 있는데요, 그 반전마저 극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라서 더욱 와닿습니다.

 

 

, 가을, 겨울에도 구가루이자와의 별장은 언제나 여름별장입니다. 지금이 어느 계절일지라도 항상 '여름별장'인 고유명사같은 존재죠. 한 공간에 반영된 인간의 기억과 추억은 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언제나 그 자리 그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한겨울의 '여름별장'에서 잘 느껴졌습니다. 별장이 있는 구가루이자와는 고지대에 있어 뜨거운 여름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여름날의 기운이 느껴져 올여름을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영사로부터 마이클 루이스의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받아서 읽어보았습니다!

20187월 발행된 404쪽의 책으로, 다 읽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표지에 '우리는 항상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도 체계적으로!'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행동경제학을 탄생시킨 두 명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지적 교류를 담은 일종의 전기 형식의 글입니다. ,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 두 사람의 생애와 '행동경제학'이라는 업적을 그 둘을 둘러싼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은 서술됩니다. 경제학 또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행동경제학이나 두 사람의 이름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도 이미 읽어봤을 수도 있을 텐데요. 저는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책을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 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라면, 제가 읽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그 바이블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 자 대니얼 카너먼

출판사 김영사 ㅣ 2012.03.30

정 가 25.000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은 훌륭한 농구선수를 알아보지 못해 프로농구팀이 놓친 수많은 오판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각각 등장하죠. ‘아웃사이더내부자가 만난 후로는 대니와 아모스의 지적 케미스트리가 행동경제학의 탄생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즐거움 중 한 가지는 두 사람의 성향이 완전히 대척점에 있었음에도 함께 어울리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학문이 성장하고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유대인 출신인 두 사람은 홀로코스트와 전쟁을 겪었는데요, 그러한 시대적 배경 아래 두 사람의 군인으로서의 삶과 학자로서의 삶을 교차해가며 서술한 것도 이 책의 또 한 가지 묘미였습니다.

 

l확률론적 우주에 떨어진 인간의 운명l

대니와 아모스는 인간의 예측과 판단, 그리고 결정에서 발생하는 머릿속 오류에 체계와 규칙을 만들어 이론화하는데요, 예측 판단 결정, 이 세 가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구분하기가 모호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탐구에 있어서 세 가지는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예측은 불확실성을 포함한 판단이며, 결정을 내리기 위한 판단은 확률을 가늠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확률론적 우주에 떨어진 인간은 결정론적 장치다(221)

 

책에서 아모스가 남긴 쪽지의 내용 중 인상 깊게 보았던 구절입니다. 대충 타이핑해 남겨둔 이 쪽지는 이후 대니와 아모스가 쓴 논문 <예측심리에 관하여 On the Psychology of Prediction>의 소재가 되는데요. 그만큼 확률과 통계는 이들 연구의 주요한 배경이 됩니다. 아모스가 수리심리학자였던 점도 한몫한 것 같지만, 그보다 인간의 선택 과정에는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언제나 이들이 따르기 때문이죠.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우린 언제나 실제로 겪기 전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인 것이므로 확률과 통계가 단순한 수학이라기보다 실제로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니와 아모스는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사람들의 확률 판단 능력이 망가지고 왜곡됐다는 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대니와 아모스가 만들어낸 질문에 답을 하며 사람들은 편향을 드러냅니다. 통계학자, 의사 등을 비롯한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었죠.

 

    

책의 서론으로 들어가기 전, 볼테르가 남긴 말이 적힌 페이지입니다.

 

l의심은 유쾌하지 않지만, 확신은 어리석은 짓l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를 읽는 동안은 지금껏 해왔던 나의 선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내 머릿속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 그것이 행동경제학을 탄생시킨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사람들의 판단에 나타나는 체계적 실수를 새롭게 이해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개선하고 나아가 의사결정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236)

 

그들은 놀랍도록 새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바라봄으로써 학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셈이라 그만큼 비판의 시선도 많았는데요, 합리적인 줄로만 알았던 인간을 자칫 어리석은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 주장의 요지가 '인간은 어리석다'가 아니라 '인간은 실수를 한다'는 겁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비합리적인 선택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실수를 돌아보고, 그 실수의 체계를 포착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행동경제학의 시작이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으면서도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경제학의 대전제를 뒤바꾼 생각의 전환이 참 매력적인 학문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생각에 관한 생각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관청기행 - 조선은 어떻게 왕조 500년을 운영하고 통치했을까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조선 시대 관청을 궁궐 내부에서부터 궐 밖 육조거리에 이르는 중앙관청과 지방관청으로 나눠 그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 현대의 공무원은 수많은 공시생과 철밥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지만, 과거 조선의 관리는 그렇지 못했다. 녹봉이 일정치 않고 성과에 따라 지급 받는 관리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녹봉 없이 일하는 관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녹봉 없는 관리를 무록관이라 했는데, 이들은 경제적 수입이 없어 직책을 남용해 백성을 수탈했음에도 녹봉 없이 이들을 고용하는 정부도 이를 어쩌지 못하고 눈감아주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중앙관청의 중심이 되는 궁궐 안, 즉 궐내각사에는 왕을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내명부와 내시부, 승정원이 있었다. 내명부는 궁녀가, 내시부는 내시라고도 하는 환관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내명부 편에서는 궁녀의 조직체계와 하는 일, 월급, 교육 등 궁녀가 되고 나서부터의 삶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궁녀는 대개 평민이나 중인 출신이 많았지만 왕의 눈에 띄면 후궁으로 발탁되어 신분상승을 하기도 했고, 장희빈과 같이 왕비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내시부의 환관은 궁궐의 살림꾼으로서 신라 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 시대에 와서 달라진 점은 오를 수 있는 벼슬은 높아졌으나 정치 참여는 금지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려 때 환관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여 취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승정원은 왕의 정치를 돕는 비서실의 역할을 했는데, 승정원의 승지는 출세의 요직이었다.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위인 중에는 승정원 승지 출신이 많다. 승정원은 국정 사항을 매일 빠짐없이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남겼는데 이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역사를 아는 데에 있어 중요한 사료가 된다.

학문을 위한 기관으로는, 집현전, 홍문관과 예문관이 있었다. 집현전은 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으로, 왕의 성격에 따라 집현전은 부흥하다가 혁파되기도 했다. 세종 때 집현전에서 학자들은 학문연구에 정진할 수 있었지만, 세조 때는 왕과 마찰을 빚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실록 편찬의 주요 자료를 제공한 춘추관은 기록을 남기는 사관이 일하는 곳으로, 사관의 사초는 왕도 볼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쳐 거짓 역사가 기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궐 밖의 육조거리에는 이조, 호조, 예조, 병조, 공조, 형조의 행정 집행 기관이 존재했는데, 이는 현대의 행정조직과 많이 닮았다. 이 가운데 이조와 병조는 각각 문관과 무관의 영역이었는데, 언제나 문관이 무관보다 우세한 집단이었던데다 유교를 국교로 받든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병조의 힘이 고려 때보다 약해지게 된다. 이조는 문관들의 인사권을 책임진 곳인데, 조선 시대는 왕조 시대이기에 왕권을 지키고자 정치적인 희생과 억울한 죽음도 많았으며, 신하 가운데서도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쟁도 심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림세력의 붕괴와 함께 일어난 붕당정치인데, 이는 이조전랑이라는 요직과 관련된 인사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호조는 현재의 기획재정부, 예조는 교육부,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했으며, 병조는 국방부, 형조는 법무부, 공조는 국토부와 산림청에 해당하는 일을 맡았다. 그 밖의 주요 중앙관청 중에는 사역원이라는 통번역 전문 관청이 있었는데, 지금의 통역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역관을 길러내는 곳으로 당시에도 주변 국가의 언어였던 중국어, 몽고어, 일본어, 여진어 교육이 중요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사역원의 역관은 부족하여 국가는 더 많은 역관을 키워내기 위해 사역원의 생도들에게 여러 특전을 주었다.

조선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골격으로서의 국가운영시스템인 관청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록 낯선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현대의 행정조직에 빗대어 보면 조선의 행정조직은 지금과 비슷한 면도 많으며, 행정 집행에 있어 왕조 시대의 한계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거쳐온 시간만큼의 이야기를 가진다. 그 이야기가 재미있든 없든, 길든 짧든, 기쁘든 슬프든 모든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적돼왔다. 저자가 사랑한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야기에 웃고 울고 공감한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책에 소개된 책, 영화, 드라마 중에는 내가 본 것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것들도, 혹은 처음 보는 이름인 경우도 있었다. 다시 보면 반갑고, 처음 본 것이면 찾아서 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린 시절의 내게 작가의 꿈을 심어준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결말을 악동의 해피엔딩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웃음이 났다. 내가 로알드 달을 좋아했던 건 다른 동화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걸 강세형 작가는 못돼먹은 악동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악동이라 표현한다. 또 친구, 연인, 가족, 그 밖의 사람들을 대하는 여러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하는 것 같다 느낄 때쯤 오랜 친구를 대하는 자세를 영화 심플라이프의 로저와 아타오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리고 살다 보니 산다는 건, 사실 슬픈 일인데 웃프다는 말처럼 우리네 삶에서 웃기고도 슬픈 상황은 여전히 계속된다. 하지만 또 다른 웃픈 이야기로 웃고 울면서 극복해내면 될 일이다. 이야기가 있는 한 괜찮다.

 

이야기에 위로받자

우리도 모르는 새 이야기에 위로받던 우리가 요즘엔 이야기를 외면한 채 나 자신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잠시 멈추고 이야기를 하자. 책이어도 좋고, 영화, 드라마, 사람이어도 좋다. 시간을 거친 것이라면 무엇이든 또는 누구든지 어떤 이야기라도 있을 테니까.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잠깐은 이야기에 나를 맡겨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