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관청기행 - 조선은 어떻게 왕조 500년을 운영하고 통치했을까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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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시대 관청을 궁궐 내부에서부터 궐 밖 육조거리에 이르는 중앙관청과 지방관청으로 나눠 그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다. 현대의 공무원은 수많은 공시생과 철밥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지만, 과거 조선의 관리는 그렇지 못했다. 녹봉이 일정치 않고 성과에 따라 지급 받는 관리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녹봉 없이 일하는 관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녹봉 없는 관리를 무록관이라 했는데, 이들은 경제적 수입이 없어 직책을 남용해 백성을 수탈했음에도 녹봉 없이 이들을 고용하는 정부도 이를 어쩌지 못하고 눈감아주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중앙관청의 중심이 되는 궁궐 안, 즉 궐내각사에는 왕을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내명부와 내시부, 승정원이 있었다. 내명부는 궁녀가, 내시부는 내시라고도 하는 환관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내명부 편에서는 궁녀의 조직체계와 하는 일, 월급, 교육 등 궁녀가 되고 나서부터의 삶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궁녀는 대개 평민이나 중인 출신이 많았지만 왕의 눈에 띄면 후궁으로 발탁되어 신분상승을 하기도 했고, 장희빈과 같이 왕비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내시부의 환관은 궁궐의 살림꾼으로서 신라 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 시대에 와서 달라진 점은 오를 수 있는 벼슬은 높아졌으나 정치 참여는 금지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려 때 환관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여 취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승정원은 왕의 정치를 돕는 비서실의 역할을 했는데, 승정원의 승지는 출세의 요직이었다. 역사 속 이름을 남긴 위인 중에는 승정원 승지 출신이 많다. 승정원은 국정 사항을 매일 빠짐없이 기록한 승정원일기를 남겼는데 이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역사를 아는 데에 있어 중요한 사료가 된다.

학문을 위한 기관으로는, 집현전, 홍문관과 예문관이 있었다. 집현전은 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는 곳으로, 왕의 성격에 따라 집현전은 부흥하다가 혁파되기도 했다. 세종 때 집현전에서 학자들은 학문연구에 정진할 수 있었지만, 세조 때는 왕과 마찰을 빚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실록 편찬의 주요 자료를 제공한 춘추관은 기록을 남기는 사관이 일하는 곳으로, 사관의 사초는 왕도 볼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쳐 거짓 역사가 기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궐 밖의 육조거리에는 이조, 호조, 예조, 병조, 공조, 형조의 행정 집행 기관이 존재했는데, 이는 현대의 행정조직과 많이 닮았다. 이 가운데 이조와 병조는 각각 문관과 무관의 영역이었는데, 언제나 문관이 무관보다 우세한 집단이었던데다 유교를 국교로 받든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병조의 힘이 고려 때보다 약해지게 된다. 이조는 문관들의 인사권을 책임진 곳인데, 조선 시대는 왕조 시대이기에 왕권을 지키고자 정치적인 희생과 억울한 죽음도 많았으며, 신하 가운데서도 정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쟁도 심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림세력의 붕괴와 함께 일어난 붕당정치인데, 이는 이조전랑이라는 요직과 관련된 인사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호조는 현재의 기획재정부, 예조는 교육부,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했으며, 병조는 국방부, 형조는 법무부, 공조는 국토부와 산림청에 해당하는 일을 맡았다. 그 밖의 주요 중앙관청 중에는 사역원이라는 통번역 전문 관청이 있었는데, 지금의 통역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역관을 길러내는 곳으로 당시에도 주변 국가의 언어였던 중국어, 몽고어, 일본어, 여진어 교육이 중요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사역원의 역관은 부족하여 국가는 더 많은 역관을 키워내기 위해 사역원의 생도들에게 여러 특전을 주었다.

조선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골격으로서의 국가운영시스템인 관청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록 낯선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현대의 행정조직에 빗대어 보면 조선의 행정조직은 지금과 비슷한 면도 많으며, 행정 집행에 있어 왕조 시대의 한계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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