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쪽
그리고 - 아! 그렇게도 느슨하고 긴 끈으로 얼굴에 고정되어, 얼굴을 멀리 떠나 이리저리 홀로 돌아다닐 정도로 유연한 인간의 저 경이로운 독립적인 시선이여!- 게르망트 부인이 자기 조상 무덤 위 제단 앞에 앉아 있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성당 안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여러 기둥을 따라 올라가더니내게로까지 와서 멈추었다. 마치 성당 안 중앙 통로를 떠돌던햇살의 애무를 내가 받는 순간, 그 햇살도 내가 자신을 만지고있다는 것을 의식했다는 듯이. - P303

305쪽
그리고는 내 주의깊은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얼마나 비추고 분리했던지, 지금도그날 예식에 대해 생각할 때면, 참석자 중에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부인과, 부인이 정말 게르망트 부인인지를 물어본 나에게 그렇다고 대답한 성당 순시원 외에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부인 모습은 지금도 보인다. - P305

307-308쪽
그날 이후 내가 게르망트 쪽으로 산책을 갈 때면 내겐문학적인 재능이 없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유명한 작가가 되기를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나는 예전보다 더 가슴이 아팠다. 
......
 그런 문학적인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무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느닷없이 지붕이며 돌 위로 반사되는 햇빛이며 오솔길 향기가나에게 어떤 특별한 기쁨을 주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그것들은 내가 보는 것 너머로 무언가를 숨기고 나에게 와서 붙잡으라고 초대했지만,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나는 숨겨진 것이 그것들 속에 있다고 생각되어 꼼짝 않고 바라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이미지나 향기 저편으로 내 상념과 함께 가려고 애썼다. - P308

308쪽
하지만 적어도 그 인상들은 내게 알 수 없는 기쁨을, 일종의 풍요로운 환상을 줌으로써, 내가 위대한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철학적인 주제를 탐색할 때마다 느끼는 권태나 무력감으로부터 날 위로해 주었다. - P308

316쪽
창조에 대한 믿음이 내 마음속에서 고갈된 탓인지, 아니면 현실이란 기억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서 그런 건지, 오늘 처음으로 내눈에 보이는 꽃들은 진짜 꽃처럼 보이지 않는다.

라일락, 산사꽃, 수레국화, 개양귀비, 사과나무가 있는 메제글리즈 쪽과 올챙이가 헤엄치는 냇가와 수련과 금빛 미나리아재비가 있는게르망트 쪽은 내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고장의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낚시를 하러 가고, 카누를타고, 고딕풍 요새의 유적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탕드레데상성당같이 밀밭 한가운데 기념비적인 건초더미 같은 시골풍황금빛 성당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행을 할 때 들판에서 우연히 수레국화나 산사나무, 사과나무를 보면, 그것들은 내 과거 지평과 같은 깊이에 놓여 있어 즉각적으로 내 마음과 교감한다. - P316

317쪽
그렇다, 내가 아무 동요 없이 행복하고 평온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데 필요한 것은 어머니였고, 그런 평온함은 홋날 어떤 연인도 내게 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연인을 믿을 때조차도 연인을 의심하며, 다른 속셈이나 다른 의도 없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어머니의 키스 같은, 그렇게 완전하게 연인의 마음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P317

318쪽
이처럼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콩브레 시절 잠 못 이루던 슬픈 밤들을, 또한 한 잔의 차 맛에 의해 -콩브레에서는 ‘향기‘라고 불렀을 -내가 최근에 그 이미지를 되찾은 많은 나날들을, 또는 작은 마을을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난 후 추억의 연상을 통해 알게 된, 내가 태어나기 전 스완 씨가 한 사랑에 대해사람들이 말해 준 것을 회상하며 보냈다. - P318

319쪽
아침이 다가오자 잠에서 깨어날 때의 불확실한 상태는 당연히 오래전에 사라졌다. 나는 내가 실제로 어느 방에 있는지를 알았고, 어둠 속에서 단지 기억만으로 방향을 정하거나, 얼핏 눈에 들어온 희미한 빛을 표적 삼아 그 아래 십자형 유리창과 커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내 주위에 방을 재구성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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