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작가는 의지나 지성에 의한 의지적인 기억과, 우연이나 감각에 의한 비의지적인 기억을 대립시킨다. 

즉 저녁 키스 장면은 의지적인 기억의 표본으로 과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맛과 냄새에 의해 우연히 다가온 비의지적인 기억은 과거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며,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에서의 과거를 부활시킨다.

그리하여 저녁 키스 장면이 상기하는 밤의콩브레는 마들렌에 의해 찬란한 햇빛 속 낮의 콩브레로 대체된다. - P84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실제로 프티트 마들렌을 맛보기 전 눈으로 보기만했을 때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 P89

그러나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에도, 존재의 죽음과 사물의 파괴 후에도, 연약하지만 보다
생생하고, 비물질적이지만 보다 집요하고 보다 충실한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영혼처럼 살아남아 다른 모든 것의
폐허 위에서 회상하고 기다리고희망하며, 거의 만질 수 없
는 미세한 물방울 위에서 추억의 거대한 건축물을 꿋꿋이
떠받치고 있다. - P90

이처럼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의 비극과 무대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어느 겨울 날, 집에 돌아온 내가 추워하는 걸 본 어머니께서는 평소 내 습관과는 달리 홍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싫다고했지만 왠지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 P85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
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짪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 P86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 P87

분명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팔딱거리는 것은 그 맛과 연결
되어 맛의 뒤를 따라 내게로까지 올라오려고 애쓰는
이미지, 시각적인 추억임에 틀림없다. - P88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 P89

...... 그들의 작은 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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