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내게 가르쳐 준 그 구절을 다시 말해다오. 이럴 때 마음을 가라앉혀 줄 말이었는데, 아, 그래, ‘주여, 당신은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미덕을 싫어하게 하셨나요!참 좋은 말이다." - P57
그런 사실을 책에서 읽었으면 감동했을지 모르겠지만, 프랑수아즈의 입을 통해 들을 때는 그녀의 정중하고도 감상적인 어조 때문에 늘 짜증이 났다. ...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쓴것이 아니라, 엄마가 나와 헤어지면서 찾아보라고 부탁한 물건에 대해 잊지 말고 답을 써 보내라고 했기 때문에 쓴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쪽지를 엄마에게 전하지 않으면 틀림없이엄마가 크게 화를 내실 거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프랑수아즈는 내 말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 P61
이다. 게다가 부모님들도 스완의 노쇠 현상에서 독신자들이나, 내일없이 밝아 오는 하루가 텅 빈 듯 느껴지고 아이들과 시간을 나누어 가질 수 없어 아침부터 순간순간이 쌓여 가서 하루가 남들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늘 찾아볼 수 있는, 비정상적이고 과도하고 수치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바람둥이 아내하고 살려니까 걱정이 많을 거야. 콩브레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요즘은 그녀가 샤를뤼스라는 남자와 산다지. 마을 사람들이 꾸며 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 P68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 P73
그리하여 처음으로 내 슬픔은 더 이상 벌을 받아야 하는죄가 아니라, 내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병으로 공인되었고, 내 책임이 아닌 신경 증상으로 간주되었다.
이제 나는 내 눈물에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마음이 놓였고, 또 죄를 짓지 않고도 울 수 있게 되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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