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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난 그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네. 자네가 내게 그 맹세를 기억할 수 있도록 제때 일러 주지 않아 그 잘못으로 그 담요 소동도 일어난 것이 분명해. 앞으로는 나도 고치도록 하겠네. 기사도에는 무슨 일이든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말일세. - P262

그러자 잠시 후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 산초 판사는 그 무시무시한모습에 완전히 기가 질려 사일열에 걸린 사람처럼 이빨이 서로 맞부딪칠정도로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것의 정체가 뚜렷해졌을 때는 떨림의 정도와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더 커졌다. - P264

기사 양반들, 아니 뭘 하는 분이시든지 간에 그 자리에 멈추시오. 그대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관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밝히시오. 보아하니 여러분들은 뭔가 무례한 짓을 했거나 혹은 무례한 짓을 당한 것 같소. 여러분들이 나쁜 짓을 했다면 벌을 주고 모욕을 받았다면 복수를 해드려야 하니, 나는 내막을 알 필요가 있고 마땅히 알아야 하오. - P265

돈키호테는 몰라도 산초의 용기는 이미 바닥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주인에게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이 순간 이 광경이 자기가 책에서 읽은 모험 중 하나로 상상 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던 것이다. - P264

하느님이 나의 수고를 덜어 주시는군, 누군가 그를 죽였다면 마땅히 내가 복수를 해야 하는데, 죽여야 할분이 죽이신 것이니 잠자코 어깨나 한번 으쓱하는 수밖에. 나를 죽여도그럴 수밖에 없듯이 말이오.

그런데 당신이 알아 두었으면 하는 건,  나는라만차의기사 돈키호테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애꾸눈을 바로잡고 모욕을 쳐부수는 일이 나의 수행이자 직업이라는 거요. - P267

모든 일이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잘못은, 알론소 로페스 학사, 당신들이 한밤중에 흰 셔츠 차림에 횃불을 들고 기도문을 외면서, 게다가 시커먼 상복까지 입고 왔다는 데 있소. 그모습이 얼마나 불길했는지 내겐 바로 저세상에서 온 것들 같았다오.그러니 당신들을 공격하여 내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소. 당신들이 지옥에서 온 끔찍한 사건들이었다 해도 나는 공격했을 것이오. 사실 나는 당신들을 그렇게 생각했고 줄곧 그렇게 믿고 있었소. - P268

이리하여 학사가 떠나자. 돈키호테는 대체 어떤 연유로 자기를 <슬픈몰골의 기사>라고 했는지 산초에게 물었다.
「이유를 말씀드립죠」 산초가 대답했다. 「제가 그 불쌍한 사람이 들고있던 횃불에 잠깐 나리 얼굴을 보았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슬픈 얼굴을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요. 아마 이번 싸움으로 피로하신 탓이거나 아니면 앞니와 어금니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같습니다요」 - P268

내가 말한 그 현자가 자네의 혀와 생각으로 하여금 나를 <슬픈 몰골의 기사>라고 부르도록 한 것이라면, 지금부터 나를 그렇게 부를 생각이네. 그리고 이 이름이 내게 더 어울리도록 기회가 닿는 대로 내 방패에 아주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나 그려 넣게 해야겠네. - P269

하지만 나도 알고 있소.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나쁜 방법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 신중함의 한 요소라는 것을 말이오. - P316

당나귀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자기 귀를 때리던 돌팔매의 폭풍이 아직 그치지 않은 줄 알고 이따금씩 귀를 흔들고 있었다. 

로시난테는 주인 옆에 뻗어 있었다. 
로시난테 역시 돌에 맞아 쓰러진 것이다. 

산초는 속옷 바람으로 성스러운 형제단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돈키호테는 자기가 그렇게 잘해주사람들에게 이런 지독한 변을 당해 우거지상이 되어 있었다. - P320

 그는 산초의 말대로 잿빛 당나귀를 타고 있었는데, 이것이 돈키호테의 눈에는 얼룩이 있는검은 말을 타고 황금 투구를 쓴 기사로 보였다. 

이처럼 돈키호테는 보는것마다 모두 자기가 읽은 허황된 기사도 이야기와 불행한 망상에 아주쉽게 갖다 붙였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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