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객줏집에서 나온 뒤 우리의 기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안드레스는 용감한 돈키호테를 찾아 가서 이 사실을 낱낱이 고해 반드시 일곱 배나 무거운 벌을 받게 하겠노라고 울먹이며 떠나갔고 그의 주인은 남아서 웃고 있었다.

용감한 기사 돈키호테는 이런 식으로 불의를 바로잡았다. 그는 자기가 해결한 일에 아주 만족스러워했고, 기사 생활이 무척이나 행복하고도 멋지게 시작된 것 같아 우쭐해져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자기 마을로 가고 있었다. - P95

매질을 하던 하인이 지치자 상인들은 매 맞은 그 불쌍한 자를 이야깃거리로 삼으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홀로 남게 된 돈키호테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지만, 성했을 때에도 일어날 수가 없었는데 갈리고 거의 망가진 몸으로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도 돈키호테는 이러한 불행을 편력 기사들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여겨 자기는 행복한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하며 잘못은 모두 말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 P98

자기 처지와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를 이용했지만 농부는 그 멍청한 소리를 듣는데 절망하며 걸을 뿐이었다.

그는 이웃이 미쳤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돈키호테가 장황한 연설로 자신의 화를 돋울까 봐 걸음을 재촉했다.  - P102

아이고, 불쌍한 내 신세! 이건 제가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만큼이나 분명한 건데, 제 생각엔 나리께서갖고 계시면서 늘 읽으시던 그 몹쓸 기사 소설들이 나라의 분별력을 흐리게 만든 거예요.

지금 생각났는데, 나리께서 혼잣말로 편력 기사가 되어 모험을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신 걸 들은적이 있어요. 

그따위 책은 사탄이나 악마에게 줘버려야 해요. 라만차에서가장 분별 있는 분의 머리를 돌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에요. - P103

「이것도 알아야 해요. 니콜라스 - 이것이 이발사의 이름이었다 - 아저씨. 외삼촌께서 그 막돼먹고 재수 없는 기사 소설을 이틀 동안 주무시지도 않고 읽으신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러고 나면 책을 내던진 다음 칼을 들고 벽을 마구 내리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지치면 당신이 탑만큼이나 큰 거인을 넷이나 죽었다고 말씀하셨죠. 

지쳐서 땀이 흐르면 싸움도중 입은 상처에서 흐르는 피라고 하셨고요. 

그러고 나서 큰 물병에 있는 찬물을 다 마시고 좀 진정이 되면, 그 물은 위대한 마법사이자 당신의 친구인 현인 에스키페가 당신에게 가져다준 아주 귀한 물이라고 하셨죠. 

외삼촌이 이렇게 될 때까지 알리지 않은 제 잘못이 커요. 미리 말씀드렸더라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 테고, 외삼촌이 갖고 계신 악마 같은 이 많은 책들 모두 이교도를 화형에 처하듯 불살라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 P103

사람들이 곧 그를 침대로 옮기고 살펴보았으나 상처는 한 군데도 없었다. 돈키호테는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했다. 이 드넓은 세상 어디를 가도 만나기 어려운 가장 지독하고도 무모한 거인 열 명과 싸우다가 로시난테와 함께 심하게 넘어졌다는 것이었다. - P104

신부는 돈키호테를 발견한 경위와 자초지종을 농부에게서 전부 들었다. 농부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그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돈키호테가 말했던 황당무계한 이야기도 했다. 

이야기를 듣고나니, 신부는 다음 날 자기가 하려는 일에 더욱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튿날 그는 친구인 이발사 니콜라스 선생을 불러 함께 돈키호테의 집으로 갔다. - P105

이런 말과 비슷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은 해질 무렵 마을에 이르렀다.

그러나 농부는 두들겨 맞아 엉망진창이 된 양반이 꼴사납게 당나귀를 타고 있는 몰골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충분히 기다렸다 싶었을 때 마을로 들어가 돈키호테의 집으로 가보니집에서는 난리가 나 있었다. - P102

이 부분을 읊조리고 있을 때, 마침 그와 같은 동네에 사는 한 농부가 방앗간에 밀을 져놓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농부는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는 가까이 다가와 누구인지, 어디가 아파서 그렇게 슬퍼하는지 물었다.

돈키호테는 이 사람이 틀림없이 자기 삼촌인만투아 후작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말은 않고 로만세만 계속 주절대며 로만세에 나오는 그대로 자신의 불운에 대해, 그리고 황태자와 자기 아내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농부는 놀랐지만, 그래도 몽둥이질로 산산조각 난 얼굴 가리개를 벗긴 뒤 먼지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얼굴을 닦아 주고 보니 당장 그가 누군지 알게 된 농부는 말했다.
「키하나 님!」 아마 돈키호테가 정신을 잃기 전, 그러니까 얌전한 시골귀족에서 편력 기사가 되기 전에는 이렇게 불렀던 모양이다. 누가 나리를 이런 꼴로 만들었습니까요? - P100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라 갈라테아 인데요
이발사가 말했다.

세르반테스도 내 오랜 친구지. 내가 알기로 그 친구는 시 쓰는 일보다 세상 고생에 더 이력이 나 있는 사람이라네. 그 책은 무언가 기발한 구석이 있지만 제시만 할 뿐 결론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속편을 약속했으니 기다릴 수밖에. 약간 손질만 하면 지금은 못 받고 있는 자비를 완벽하게 얻을지도 모르지. 그때까지 자네 집에다 간수해 놓도록 하게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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