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광경이었다. 전능한 바다의 거대한 파도가 끝없는 잔디밭에서 굴러가는 거대한 공처럼 여덟 개의 뱃전을 따라 굴러갈 때 내는 공허한 굉음, 보트를 두 동강으로 쪼개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파도의 칼날 같은 물마루 위에 잠깐 올라선 순간 잠시 유예된 보트의 고통, 다음 순간 갑자기 파도 사이의 골짜기로 곤두박질치는 급강하, 맞은편 물마루로 올라가기 위한 격렬한 다그침과 부추김, 건너편 비탈을 썰매처럼 미끄러져 내려가는 보트, 보트장과 작살잡이들의 외침 노잡이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헐떡이는 소리,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새끼들을 쫓아가는 성난 암탉처럼 상앗빛 피쿼드호가 돛을 활짝 펴고 네 척의 보트에 바짝 다가가는 광경 이 모든 것이 한마디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아내의 품을 떠나 첫 전투의 열기 속에 뛰어든 신병도, 저세상에서 처음으로 미지의 유령을 만난 망자의 영혼도,
쫓기는 향유고래가 만들어낸 그 거품 이는 파도 속으로 난생처음 노를 저어 들어가고 있는 사나이만큼 강렬하고 야릇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 P330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흰 고래를 추격하는 지옥 같은 일에 말려들고 말았다는 것ㅡ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생각해볼 때 당장 아래로 내려가서 유언장 초안이라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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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뱃사람이 유서나 유언을 어설프게 주물럭거리는 게 이상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뱃사람만큼 그것을 기분전환으로 즐기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선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와 똑같은 일을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이번에도 그 의식이 끝나자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가슴에 얹혀 있던 돌멩이가 굴러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 - P335
자, 이제는 ㅡ 하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리며 생각했다 ㅡ냉정하고 침착하게 죽음과 파멸의 구렁 속으로 뛰어드는 거야. 그래, 무엇이든 올 테면 와봐라. - P336
어느 날 밤 스타벅은 기압계를 보려고 선장실에 내려갔다가 에이해브가 나사못으로 붙박은 의자에 꼿꼿이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때 본 노인의 모습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에이해브는 조금 전까지 바깥의 폭풍우 속에 있었기 때문에, 빗방울과 반쯤 녹은 진눈깨비가 아직도 벗지 않은 모자와 외투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옆에 놓인 탁자에는 전에 말한 해도가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꽉 움켜쥔 손에는 초봉이 흔들리고 있었다. 몸은 꼿꼿했지만 고개는 뒤로 젖혀져 있어서, 감은 두 눈이 천장 대들보에 매달린 ‘타각 표시기‘의 바늘 쪽을 향하고 있었다.
무서운 늙은이! 스타벅은 몸서리를 치며 생각했다. 이 강풍 속에서 잠자고 있을 때도 여전히 목표물을 노려보고 있다니.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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